홋카이도 명물요리 징기즈칸…양고기·채소의 담백한 맛 일품
하코다테 가면 해산물회덮밥…가리비·연어알·성게 식감 '환상'
홋카이도는 미식 여행의 천국이다. 삿포로우동과 삿포로맥주가 잘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도 최고로 쳐주는 회가 일품이다. 인근 찬 바다에서 건져올린 해산물이 싱싱해서다. 햄 소시지 우유 케이크 등 유제품도 으뜸이다.
메이지시대에 서구기술을 받아들여 일본에서 낙농업을 처음 시작한 곳이 홋카이도다. 한국처럼 특이한 향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문화라 웬만한 식당에서 무슨 요리를 주문하든 실망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근사한 정찬과 별미를 원한다면 다음 4가지를 추천할 만하다. 인기만화 ‘초밥왕’을 잉태한 전통의 초밥부터 직화구이, 칭기즈칸, 해산물회덮밥 요리 등이 그것이다. 한번 맛보면 평생 기억에 남는 식사가 될 것이다.
○마루코마 온천료칸의 직화구이요리
지토세는 홋카이도의 신항공이 들어선 도시다. 이곳 호수가에 있는 마루코마온천료칸에 있는 도카소 식당의 직화구이 요리는 홋카이도 요리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투숙객들만 받기 때문에 직화구이요리를 먹기 위해 숙박하는 여행객도 많다. 단체 손님은 받지 않는다. 단골이 주고객이라고 한다.
직화구이 요리는 약 20가지 신선한 재료를 숯불에 얹어 구워먹는 음식이다. 전채요리 격으로 참치회와 고등어회가 두 점씩 나온다.
소시지구이는 여느 식당의 고급 소시지들과 비슷하지만 닭고기와 고마이생선구이는 한수 위다. 닭고기의 육질은 쫄깃하다.
고마이생선에서는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구수한 생선살 맛을 느낄 수 있다. 털게 살을 발라 등껍질에 구운 요리는 이곳만의 별미다. 털게는 게 요리 중에서 맛이 최고다.
‘조개의 왕’이라는 가리비에다 버터를 얹어 살짝 구운 요리에선 감칠맛이 난다. 여기에 아스파라거스와 파, 버섯구이는 상큼한 맛으로 약간 들뜬 속을 가라앉혀 준다. 히에마스란 민물고기 구이도 나온다.
바로 옆 호수에서 잡은 생선이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살점을 떼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멸치를 닮은 생선인 ‘하모’를 얹은 밥은 이 코스의 화룡점정이다. 직화구이의 값은 숙박을 겸해 주말 1만8000엔, 주중 1만4000엔.
○삿포로 비루엔의 칭기즈칸요리
삿포로맥주박물관과 인접한 삿포로 최대 맥주광장인 삿포로비루엔(삿포로맥주가든)은 삿포로맥주와 홋카이도 명물요리인 칭기즈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삿포로맥주 공장에서 직송되는 신선한 맥주와 홋카이도의 제철 채소 및 육류로 만든 요리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삿포로비루엔은 예전에 사용한 대형 맥주 숙성 탱크와 그 외관을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로 장식해 분위기도 좋다.
맥주와 함께 나오는 안주가 칭기즈칸이다. 양고기를 채소와 함께 구워먹는 구이요리로 홋카이도 유산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유명하다. 이름이 칭기즈칸이지만 몽골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생겨난 전통요리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불판에 콩나물을 중심으로 당근, 양파, 피망, 호박 슬라이스 위에 생후 12개월 이하 어린 양의 고기를 올려 구워 먹는다. 양고기와 채소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진다.
지역에 따라 조리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아사히카와를 중심으로 하는 홋카이도 동부 지역은 양고기를 양념에 재 한국의 불고기처럼 먹는 데 비해 삿포로를 중심으로 하는 중·서부에선 생고기를 그대로 익혀 양념을 찍어 먹는다.
양념에 재면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앨 수 있어 처음 칭기즈칸을 접하는 이들에게 좋다. 생고기를 그대로 굽는 스타일은 양고기 특유의 향까지 즐길 수 있어 양고기 마니아에게 추천할 만하다.
삿포로비루엔에서는 칭기즈칸을 안주삼아 무제한으로 삿포로맥주를 즐길 수 있다. 무제한 뷔페코스를 선택하면 3770엔으로 최상의 삿포로 생맥주 및 삿포로 흑맥주와 함께 칭기즈칸을 100분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오타루 초밥거리 ‘다쓰미 스시’
일본을 대표하는 메뉴인 초밥 중에서도 ‘오타루 초밥’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오타루는 홋카이도 중심인 삿포로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일본 북단 이시카리만과 마주한 오타루는 청어잡이로 번창했던 국제항구도시다.
오타루 초밥거리는 JR(일본국철) 오타루역 근처에 있다. 초밥거리라는 이름처럼 20여곳의 초밥가게가 늘어서 있고 그 거리를 벗어나도 100여곳의 초밥가게가 맛 전쟁을 펼친다. 무엇보다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신선한 생선이 오타루 초밥 맛의 일등 공신이다. 도쿄의 유명 초밥집들조차 이동거리가 긴 생선을 사들이지만 오타루의 초밥집들은 인근 항구에서 직송한 생선을 재료로 사용하니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초밥을 만드는 조리장(이타마에)의 엄격한 수업도 오타루 초밥의 맛을 지키는 방패다. 제자로 들인 조리사가 긴 수업을 끝내고 한 명의 조리장으로서 성장했을 때만 오타루에 점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전통 덕에 지금과 같은 명성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JR오타루역 바로 옆에 있는 ‘오타루 다쓰미’(tatsumi-sushi.jp)도 그 중 하나다. 간판 메뉴는 오타루 니기리 특선초밥. 초밥 10개를 담은 한 접시(1인분)에 3500엔이다. 참다랑어의 고급 부위인 주토로(중뱃살)와 광어, 전복, 대게, 도화새우 등이 나온다. 특히 성게초밥은 자연스러운 단맛이 감동적이다.
최고의 초밥을 즐기고 싶다면 오마카세 니기리 특선 세트를 주문해 봄직하다. 주방장이 그날 손꼽은 최고의 재료를 12개의 초밥으로 완성한 일품 중의 일품이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때문에 5250엔의 가격을 기꺼이 지급할 만하다.
○하코다테 아침시장의 해산물회덮밥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 하코다테의 명물은 해산물덮밥이다. JR하코다테역 바로 옆에 있는 하코다테 아사이치(아침시장)를 둘러보자. 400여 점포가 밀집돼 있는 하코다테 아사이치 수산시장은 그 규모면에서 홋카이도 내 1~2위다. 풍성한 볼거리로 새벽부터 낮 12시까지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댄다.
아침 수산시장을 찾으면 하코다테의 명물인 가이센돈부리(해산물회덮밥)를 맛볼 수 있다.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회로 떠 밥 위에 얹어 내어놓는 일본식 덮밥인 돈부리는 하코다테를 대표하는 맛 중의 맛이다. 오징어와 새우, 성게, 가리비, 연어알 등 싱싱한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데 값싼 것부터 고가의 돈부리까지 종류도 가지가지다. 해산물 특유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가리비의 담백한 맛과 성게의 농후한 맛, 식감이 좋은 오징어의 꼬들꼬들한 탄력이 밥과 함께 목을 타고 넘어가면 이른 아침부터 가이센돈부리를 맛보기 위해 서둘러야 했던 시간을 보상받는다. 일반적으로 오징어와 새우를 곁들인 돈부리는 1000엔 이하로 맛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게와 연어알, 게살 등을 얹은 3000엔대의 고급 돈부리로 사치를 부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코다테의 추억과 함께 일본 최고의 가이센돈부리를 맛볼 수 있으니까.
가이센돈부리를 편안하게 맛보고 싶다면 하코다테 아사이치 바로 옆에 있는 ‘돈부리요코초’(덮밥골목)가 제격이다. 시장 통로를 따라 19개의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점포별로 입구에 사진이나 샘플을 곁들인 메뉴를 내걸어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주문하기 어렵지 않다.
삿포로=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