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60·사진)은 성격파 배우에서 뒤늦게 액션 배우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3년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으로 유명해진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 등에서 중후한 인품의 멘토 역으로 나서다가 2008년 ‘테이큰’의 성공 이후 액션을 연기하고 있다. 올 들어 개봉한 ‘더 그레이’ ‘타이탄의 분노’ ‘배틀쉽’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어 오는 27일 선보이는 ‘테이큰2’(올리비에 메가톤 감독)까지 다섯 편의 액션물에 출연했다. ‘테이큰’에서 납치된 딸을 갱단으로부터 구출하는 강한 아버지 브라이언 역으로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키며 2억25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거둔 덕분이다. 4년 만에 나온 속편 ‘테이큰2’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그를 1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테이큰’의 성공으로 배우로서 제 삶은 크게 변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저를 액션배우로 재정의해서 액션영화 대본을 많이 보내주고 있어요. ‘테이큰’이 성공한 이유는 브라이언이 처한 상황에 누구든지 공감하기 때문일 겁니다. 자식이 곤경에 처했을 때 모든 부모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브라이언처럼 무슨 일이든 했을 것입니다.”

‘테이큰2’는 1편에서 브라이언이 처치한 인신매매범의 부친이 복수를 위해 브라이언과 그의 딸 킴(매기 그레이스), 전처 레노어(팜케 얀센)를 납치하려고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직 CIA 요원인 브라이언은 악당들과 맞서 화려한 무술 액션을 펼친다.

“특수요원 출신의 프랑스인이 격투 신의 코디네이터로 무술을 지도해줬습니다. 그는 첩보물 ‘본’ 시리즈의 액션도 지도했습니다. 동양무술에다 유럽의 격투기를 혼합했죠. 제가 하기 힘든 장면을 늘 대신해주는 스턴트맨도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액션 연기를 참 좋아합니다.”

다행히도 액션 연기 중 부상은 없었다고 한다. 매일 연습했기 때문에 실제 촬영할 때는 제2의 본능처럼 자연스럽게 해냈다고.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니슨이 액션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3㎝의 장신과 청소년 시절 복싱선수로 몸을 다져온 생활습관이 있었다.

“9세부터 17세까지 아마추어 복서로 활동했습니다. 이 경험이 액션 장면을 찍는 데 도움이 됐죠. 1주일에 4~5차례씩 체육관에서 복싱연습을 하던 습관이 몸에 뱄어요.”

언제까지 이런 액션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체력 관리를 잘하고 있어서 매우 건강한 편입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제 몸이 알려줄 거라고 믿어요.”

올해에만 다섯 편의 영화를 개봉할 만큼 많은 작품을 소화하느라 힘들겠다는 질문에는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행운”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