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사도행전에는 ‘바보’라는 지명이 나온다. 바보는 오늘날 지중해 동부의 섬나라인 키프로스의 서쪽에 있는 항구도시 파포스다. 바나바와 함께 1차 전도여행을 나섰던 바울은 이곳에서 총독 서기오 바울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마술사 바예수가 이를 방해하자 잠시 그의 눈을 멀게 해 얼마 동안 해를 보지 못하게 했다. 바보는 바다의 거품에서 생겨났다는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의 탄생지로도 유명하다.

성경에는 이처럼 수많은 장소들이 등장한다. 도시와 산, 바다, 광야 등의 지명이 800여 곳이나 된다. 하지만 이들 장소를 찾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긴 세월 동안 땅도, 땅의 이름도 달라진 곳이 많아서다.

《바이블시티 700》은 성경에 등장하는 도시 678곳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인 이원희 목사(56)가 20여년 동안 65차례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 터키 등의 성지를 순례하며 찍은 사진과 성경 구절, 도시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 고고학적 발굴 결과 등을 도시별로 담았다. 현장 사진과 지도, 평면도 등 2760여장의 이미지도 곁들였다.

이 책을 낸 출판사 이름인 에벤에셀은 구약성경 사무엘상에 나오는 지명이다. ‘이스라엘은 나가서 블레셋 사람들과 싸우려고 에벤에셀 곁에 진 치고 블레셋 사람들은 아벡에 진 쳤더니….’ 여기서 에벤에셀은 ‘도움의 돌’이라는 뜻. 이스라엘이 블레셋 군대에 승리한 걸 기념하기 위해 사무엘이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운 돌에 붙인 이름이다. 지중해의 항구도시 욥바 북동쪽에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이름은 요한계시록에서 유래했다. ‘빌라델비아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거룩하고 진실하사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가 이르시되’라고 기록돼 있다. 빌라델비아는 필리아(사랑)와 델피아(형제)가 합쳐진 말로 ‘형제사랑’이라는 뜻. 에게해에 면한 터키 제3의 대도시인 이즈미르에서 동쪽으로 97㎞ 떨어진 알라세히르라는 소도시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책머리에 실린 ‘격려의 글’을 통해 “성경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고대 성경 속의 도시로 여행을 즐길 수 있고, 고대 근동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신앙의 흔적들을 경험할 수 있는 안내서”라고 평가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