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진종오는 남다른 집중력의 소유자다. 주어진 시간 동안 일정 거리에 놓여진 표적에 총을 쏴 점수를 겨루는 사격은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한 스포츠다.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른 선수라면 기술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주위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승부를 가른다.

◆2개 대회 연속 금메달

진종오는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포병대의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본선 및 결선 합계 688.2(588+100.2)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사격선수로는 처음으로 베이징올림픽부터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고 아테네올림픽부터 3개 대회 연속 시상대에 올랐다. 2004년 아테네 대회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50m 권총 금메달과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변경수 사격대표팀 감독은 “진종오는 누가 건드려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이 있다. 보통 선수들은 한 발 실수를 하면 그 다음에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게 마련이지만 진종오는 그런 일이 드물다”고 말했다.

집중력과 배짱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과학적인 훈련법에 의해 길러지기도 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사격을 담당하는 김병현 수석연구원은 “불안감을 줄이고 자신감을 높이면 집중력이 커지고 좋은 성적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증후군 없애기 위해 반사적 훈련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선 자신의 기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야 한다. 선수들은 사선에 들어선 이후 연습과 달리 제대로 맞지 않으면 기술에 문제가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사격술에 대한 의구심이 꼬리를 물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그날 시합을 망칠 수 있는데, 이를 ‘분석증후군’이라고 한다. 정상급 선수들에게 분석증후군은 최악의 적이다.

따라서 선수들은 평상시 감각적 본능적으로 총을 쏘도록 연습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고민은 훈련할 때만 해야 한다. 기술의 완성도를 최고로 높여 반사적으로 슈팅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지난해 국가대표 선수들은 ‘반사적 슈팅 훈련’을 실시했다. 선수들은 오전과 오후 훈련이 끝난 뒤 올림픽 결승에서 마지막 10발을 쏜다고 가정하고 총을 쐈다. 흥분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나를 믿고 감각적으로 슈팅하도록 했던 것.

◆우뇌 활성화로 불안감 제거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국가대표 선수들은 ‘우뇌 활성화’ 훈련을 태국 전지훈련부터 시작했다. 좌뇌가 분석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데 비해 우뇌는 통합적이고 감각적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데서 착안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매일 30분씩, 시합장에 들어가기 30분 전에 ‘나는 챔피언이다’ 등 자신이 원하는 문구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좌뇌 활동을 최소화하고 우뇌를 최대한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신감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우뇌를 활성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