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아마도 절제미가 아닐까. 미(美)의 표현을 극도로 삼가면서 동시에 극치의 미를 표현해야 하는 기막힌 역설이 절제미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절제의 미를 최고의 미감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절제의 미는 하루아침에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속된 욕심을 버린 무욕의 경지, 잡념을 떨쳐낸 무념(無念)의 경지에 도달한 자만이 그 담백한 운치를 펼쳐낼 수 있다.
백영수 화백(91)은 그런 절제의 미학을 터득한 보기드문 화가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 선 듯한 단순한 형태와 선, 여기에 담백한 색을 더해 평화롭고 아름다운 우리네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세파를 겪으며 구겨진 우리의 육신과 뒤틀린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고 이를 반듯하게 펼쳐 보여준다. 그것은 세상의 탁류와 맞서기 전 우리의 순진무구한 모습이다. 보라, 우리의 본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를.
오는 8월29일 인사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K-아트 스타, 미의 제전’ 출품작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