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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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곧 결혼하는 후배가 청첩장에 담아 보낸 시입니다. 민들레 한 꽃잎이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사는 것처럼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 한 점 꽃잎이 온 세상을 가득 받치고 피어나듯, 우리가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스스로 뜨거워지듯, 서로가 서로의 세상을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곧 그대와 나의 길이고 두 몸이 한 몸 되는 길이며 맨 처음이 가장 나중 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새벽을 향해 첫걸음을 시작하는 바로 이곳이 언젠가 이렇게 만나게 될 오늘을 기다리며 그대가 먼저 뿌려놓은 민들레 꽃씨 자리였다는 것도.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곧 결혼하는 후배가 청첩장에 담아 보낸 시입니다. 민들레 한 꽃잎이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사는 것처럼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 한 점 꽃잎이 온 세상을 가득 받치고 피어나듯, 우리가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스스로 뜨거워지듯, 서로가 서로의 세상을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곧 그대와 나의 길이고 두 몸이 한 몸 되는 길이며 맨 처음이 가장 나중 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새벽을 향해 첫걸음을 시작하는 바로 이곳이 언젠가 이렇게 만나게 될 오늘을 기다리며 그대가 먼저 뿌려놓은 민들레 꽃씨 자리였다는 것도.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