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에게 길을 묻다] 다산이 말한 공정사회 키워드는 '澤民'
“다산은 ‘공정한 사회’를 꿈꿨습니다. 인간의 기본 가치가 존중되고,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으며, 경제적 안정도 보장되는 사회를 그렸습니다. 정치의 역할에 주목했는데, 그런 사회를 실현할 수단으로서의 정치를 강조한 것이죠.”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사진)는 21일 “다산의 정치철학에는 인문주의 정신이 흐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교수는 다산의 ‘경학(經學)’ 연구 전문가다. 경학은 ‘유교 경전에 대한 주석과 해석’을 말한다. 경학이 다산 세계관의 원리요 뼈대라면, 《경세유표》《목민심서》《흠흠심서》로 대표되는 경세학(經世學)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다. 한 교수는 다산이 말한 공정사회의 키워드 중 하나로 ‘택민(澤民)’을 꼽았다. 다산은 당시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택민’은 생산의 중요성이 강조된 말이에요. 생산, 공정함, 복지가 합쳐진 개념이지요. 기술을 중시하고, 산업 발전을 주창한 게 그렇지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 시스템이라고 할까요. 안정돼 있으면서 성장해가는 사회 말이에요.”

한 교수는 다산이 이런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당시 주자학적 세계관에 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명상에서 행동으로’라고 요약할 수 있을 거예요. 실천적인 행동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경학은 그 원리를 제공하는 것이고요. 다산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투영하는 방식을 썼어요. 어떤 혁신도 르네상스처럼 과거의 재해석을 통해 이루어지듯이 말이에요.”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