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아이튠스 클래식 차트서도 1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앨범 돌풍

피아니스트 임현정(26)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앨범이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로 데뷔했다. 한국인 연주자가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를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레코딩 역사상 최초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데뷔 앨범으로 발매한 임현정은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에서 요요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빌보드 클래식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해 세계 클래식 시장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신인 연주자의 데뷔 앨범이 이례적으로 클래식 차트 1위를 차지하자 아이튠즈는 지난달 26일 전 세계 약 2200만 명이 구독하는 자신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임현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임씨는 지난달 20일 열렸던 뉴욕 데뷔 쇼케이스에서 뉴욕 타임즈로부터 “임현정(HJ LIM)이 베토벤 소나타 전곡에 대해 제시한 지적인 분석과 감정적 몰입은 매우 신선하고 강력한 작품 해석으로 이어졌다”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EMI 클래식 미국지사 부사장 웬디 옹은 “신인 연주자의 데뷔 앨범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과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은 커다란 모험이었지만, 연주자로서 임현정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과 탁월한 실력,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뚜렷한 철학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전하며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자랑하는 음반사 EMI 클래식에서도 유례가 없는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임현정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데뷔 앨범으로 녹음하기 위해 독특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소나타 전곡을 8개의 각기 다른 독립적인 테마로 분류했다. 영웅(HeroicIdeals), 영원한 여성성-청춘(Eternal Feminine-Youth), 단호한 정신의 확언(Aspects of an InflexiblePersonality), 자연(Nature), 극단의 충돌(Extremes in Collision), 체념 그리고 실행(Resignationand Action), 영원한 여성성-성숙기(Eternal Feminine-Maturity), 그리고 운명(Destiny)으로 이름을 붙인 것.

임현정은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연주자로서 작품의 음악적 해석만을 탐구하는 것이아닌, 수만 가지 얼굴을 가진 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를 의미한다”고 말했고, 앨범에 삽입된 그녀가 직접 쓴 심도 있는 작품해설은 베토벤 소나타 작품을 8개의각 테마로 분류하게 된 그녀만의 논리와 이유가 자세하게 담겨있다.

영국과 뉴욕에 이어 지난달 29일 한국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가지기도 한 임현정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연주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 국제적으로 주목 받았다. 13세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국립음악원에 최연소 입학, 3년 만에 최우수로 졸업했다.

세계무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피아니스트이지만 영국 굴지의 명문 음반사와 계약했고, 데뷔 음반으로 낱장이 아니라 동시에 CD 8장을 쏟아내 화제를 모았다. 세계 음반 역사에서 신인 연주자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데뷔 음반으로 내놓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