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13일 개막된 간송 서거 50주기 추모전 ‘진경시대 회화대전’에 첫날 5000여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관람객들은 인근 성북동파출소까지 500m 이상 줄을 서 2~3시간씩 기다린 후에야 입장했다.

미술관 측은 “대규모 전시회라도 첫날 관람객은 3000명 안팎이었는데 이번엔 예상보다 많다”며 “지난해 가을 ‘풍속인물대전’의 관람객(5만명)을 웃돌 전망”이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1층에 전시된 겸재의 대작 ‘풍악내산총람(楓岳內山總覽)’. 64세 때 단발령 쪽에서 본 가을 금강산의 웅장한 전경을 한 화면에 압축한 걸작이다. 겸재가 72세에 두 번째로 내외금강산을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 21점이 실린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의 수록작 ‘금강내산’ ‘단발령망금강’ ‘문암관일출’을 비롯해 심사정의 ‘계산모정(溪山茅亭)’, 김홍도의 ‘명경대’ ‘구룡연’ ‘마하연’ 등도 인기다.

아버지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고3 수험생 김도엽 군(18)은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이 논술과 수능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러 왔다”며 “겸재, 단원, 혜원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니 그들의 예술 세계를 비교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문성자 씨(30)는 “중국풍의 화법에서 벗어난 진경산수 대작들을 감상하며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간송이 수집한 고미술품 중 조선 진경시대 서화 110여점이 출품된 이 전시회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없다. (02)762-044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