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겔베르트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1893)은 독일권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공연된다. 과자의 집과 마녀가 나오는 동화여서 가족 오페라로 인기인 것이다. 훔퍼딩크는 민요풍의 밝은 선율을 이용하되 바그너 스타일의 무한선율과 유도동기를 결합해 음악적으로도 탄탄한 구조를 만들었다. ‘가정의 달’ 5월에 부모, 자녀와 함께 보기에도 좋다.
프랑스의 로랑 펠리가 연출한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그림형제의 원작에 감추어진 어두운 현실과 상징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아이들은 종이박스로 만든 집에 사는 극빈층이고, 산딸기가 있던 숲은 공해로 나무가 말라죽었을 뿐 아니라 쓰레기 천지다. 과자의 집은 인스턴트식품으로 가득한 슈퍼마켓으로 바뀌었다. 흥미진진한 해석이면서 현대의 사회문제들, 즉 양극화와 환경오염, 무분별한 소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한글자막 DVD로도 구할 수 있다.
유형종 < 음악 · 무용칼럼니스트 /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