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회전속도 초속 9~10m…임팩트 기술 따라 승패 갈려
채찍 때리듯 힘빼고 스윙…손목 스냅으로 공 회전시켜야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이 내리꽂는 강력한 드라이브의 원천은 허리 회전이었다.
탁구는 지름 40㎜, 무게 2.7g짜리 공에 강한 힘과 다양한 변화를 실어 승부를 가리는 경기. 유승민이나 중국의 왕하오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구사할 때 공의 속도는 시속 180~200㎞에 이른다.
속도만 빠른 게 아니라 공에 실린 힘도 엄청나다. 제대로 받아내더라도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드라이브를 주고받을 때 공격 코스를 쉽게 바꾸지 못하고 공이 오는 방향으로 보내는 데 급급한 모습을 자주 본다. 이 경우 선수들은 “공이 무겁다”라는 표현을 쓴다.
라켓으로 때린 공의 구질이 강하고 무겁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큰 힘을 싣지 않으면 공이 다른 곳으로 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 구질을 만드는 기술은 임팩트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에서 탁구를 담당하는 이순호 책임연구원은 “임팩트 기술에 따라 탁구경기의 승패가 갈린다”며 “직선으로 움직이는 속도와 공의 회전속도가 결합해 운동량을 결정하는데 여기서 파워 구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힘의 원천은 팔이나 어깨가 아니라 허리의 회전이다. 야구에서 타자가 스윙을 하거나 투수가 볼을 던질 때와 마찬가지다. 허리를 중심으로 복근과 대퇴부 등에 이르는 파워존의 힘이 동시에 작용해야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채찍을 때리듯 힘을 빼고 스윙을 하면 허리부터 손끝의 라켓까지 가속도가 붙는다”며 “파워존의 힘을 끌어올린 뒤 마지막에 손목 스냅으로 볼을 회전시키면 묵직한 파워구질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허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선 자세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지지하는 발이 최대한 힘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리를 제대로 쓰는 선수들의 임팩트 순간 라켓 스윙속도는 초속 9~10m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측정됐다.
이 책임연구원은 “허리 회전의 리듬을 타고 임팩트의 타이밍을 제대로 맞췄을 때 폭발적인 힘이 발휘된다”며 “한국 선수 가운데 유남규 김택수 유승민이 제대로 된 스윙을 보여줬는데 신세대인 김민석 선수는 허리 힘과 타이밍을 제대로 잘 이용한다”고 말했다.
높기만 한 중국의 벽에 도전하는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완벽한 임팩트를 보여줄지가 이번 런던올림픽 탁구의 관전포인트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