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음악이 사랑받는 것은 청자에게 행복한 기분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차르트 고유의 개성은 아니다. 모차르트 당대, 즉 18세기 후반의 작곡가라면 누구든 거의 장조로, 동요적인 쉬운 선율로 곡을 썼다.

그래서 하이든, 치마로사, 살리에리, 보케리니도 모두 행복한 정서를 전달했다. 모차르트 음악의 더 큰 가치를 정서적 측면에서 논한다면 ‘살짝 눈물을 머금은 애수’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단조로 된 곡이나 느린 악장에서 행복감 이상의 감동을 받곤 하는 것이다.

판타지 c단조 K.475는 그 좋은 예다. 느리고 빠른 부분이 오가는 단악장의 피아노 독주곡인데, 시작하자마자 심오한 경지에 빠뜨렸다가 고전주의 특유의 명징함에 도달하고, 다시금 깊은 성찰로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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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먹은 베토벤이 만년에 도달한 경지를 29세의 모차르트가 이미 기웃거리고 있으니 어찌 경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유형종 < 음악 · 무용칼럼니스트 /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