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일본에서 연예 활동을 하지 말라던 초기의 '퇴출' 시위 수준을 넘어 "일본에 오면 죽이겠다"는 과격 선언까지 하는 등 김태희를 통해 '반(反)한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누가 김태희를 쫓아냈는가?'라는 주제로 김태희 퇴출 시위와 관련된 반한류 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은 김태희를 향한 일본 내 반한류 감정은 국민들의 단순한 애국심이 아닌 특정 우익단체의 조직적 배후에 있음을 추적했다.
대지진 사고와 이로 인한 원전 피해 등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반한 감정을 이용하려는 우익단체가 뒤에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같은 반한류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네트우익의 지도자인 '사쿠라이 마코토'를 꼽았다.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김태희 퇴출 시위를 비롯해 일본 내 반한류, 험한류를 선동하고 있다.
그는 종군위안부에 대해 "매춘부였던 사람들이 6~70년이 지나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떼를 쓰고 있다"며 징병된 청년들에 대해서는 "돈을 벌기 위해 지원했을 뿐이다"라는 충격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도 마코토를 비롯한 우익단체 회원들은 김태희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회사인 '로토 제약' 도쿄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광고에 나오는 배우의 정체를 알고나 써라" "반일 배우는 일본에서 장사하지 말고 조국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일본에 오면 죽이겠다"는 살해 협박 발언까지 했다.
이들은 2005년 김태희가 동생 이완과 함께 홍보대사 자격으로 스위스에서 열린 독도 홍보행사에 참여해 독도 옹호 발언을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우익단체들은 또 일본 방송과 만화 등을 통해 한류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희 퇴출 시위를 주동한 우익단체들은 "한류열풍은 친한파 일본인이 회장인 광고회사와 한국 정부가 함께 조작한 것으로 1조6000억엔(한화 약 22조원)을 들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일본의 또 다른 우익단체들은 마코토가 활동하고 있는 재특회를 어리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주축이 된 '말' 뿐인 단체라고 비난했다.
장기 경제불황 속에서 취직이 안되는 20~30대 젊은층이 늘면서 이들의 위기감이 재특회 등의 과격행동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송을 본 국내 네티즌들은 대지진 고통을 겪은 일본에 가졌던 안타까운 감정이 일시에 사라졌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늘" 이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옛날 관동대지진때 한국인 때문에 지진이 났다며 수만을 학살한 것처럼 또 경제불안과 원전쇼크를 엄한 곳에 핑계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키**' 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거짓과 기만을 일삼으니 일본이 침몰해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일본에 지진 해일 나도 성금 모금 같은거 하지 말고 무시해라" "우리도 일본 브랜드를 절대로 사지 말자"고 보다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도 있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