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세상이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을 때 사람들은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봤다. 우리가 미신으로 치부하는 것들이 그들에겐 진리였다. 현실과 꿈의 경계는 오늘만큼 가파르지 않았다. 꿈속에 나비가 돼 맘껏 뛰놀다 깨어난 장자(莊子)가 눈을 뜬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현재의 꿈속에서 인간이 된 것인지 분간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결코 우스개로 넘길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꿈은 또 다른 현실이요, 현실은 꿈의 일부였다.

중견화가 공기평 씨(53)의 ‘호접몽(胡蝶夢)’ 연작은 시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영토를 꿈꾸는 화가의 마음의 세계다. 고대 이집트 벽화의 부조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은 그 몽환적 세계 속에서 우리는 상식과 인습의 그물에서 벗어나 한 마리 나비가 된다. 과학과 이성의 세계에서 가위눌린 우리의 감성은 그곳에서 모처럼 날개를 활짝 펼치며 대자유를 만끽한다.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수록 마음은 풍요로워진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 QR코드 찍으면 지난 그림도 모두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