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샤를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완전한 그의 곡이 아니다. 반주부에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제1집'중에서 첫 곡인 C장조의 전주곡(BWV 546 *BWV는 바흐의 작품번호)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결하면서도 빈틈없는 바흐의 짜임새 위에 구노의 낭랑한 서정이 어울린 덕분에 명곡으로 남았다.

한 옥타브를 12개의 반음으로 나눈다는 평균율의 개념은 결코 바흐가 창안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은 12개의 음을 각각 장조와 단조로,또 제2집까지 총 48곡으로 구성돼 근대적인 장 · 단조 체계의 확립을 상징한다. 48곡을 모두 들으려면 총 네 시간이 소요되는데,바로크 음악의 공통적인 스타일을 담고 있으므로 일관된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바흐의 탐구열이 반영돼 곡마다 크고 작은 개성을 담고 있다. 원래의 클라비어 대신 피아노로 연주한 음반도 많다.

매년 빠지지 않는 수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보편화됐지만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면 안정된 톤과 다양한 묘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곡이 좋을 것이다. 바흐의 평균율이 그런 음악이다.

유형종 < 음악 · 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