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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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


단 석 줄,열다섯 글자에 이토록 많은 것을 응축해내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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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꽃뿐일까요.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치닫다 보면 정작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합니다. 인생의 오르막길에서 숨가쁘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동안 길섶에서는 한 송이 꽃이 피고,숲 속에선 다람쥐가 도토리 열매를 갖고 놀며,꿩은 따뜻하게 알을 품고 있습니다. 나무꾼에게는 보이는 이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는 '못 본' 채 지나갑니다. 그나마 내려갈 때라도 '그 꽃'을 발견하면 다행이지요. 그마저 끝내 '못 본'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꽃은 늘 거기 있지만 그 향기는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느껴진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듣던 어머니 말씀처럼 '높은 등성이는 에돌아가고 먼 길일수록 천천히 가야 한다'는 이치를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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