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슈 중북부의 도야마현과 나가노현,기후현에 걸쳐 거대한 산맥이 뻗어 있다. 후지산,하쿠산과 함께 일본의 3대 영산으로 꼽히는 다테야마(立山)를 비롯 해발 3000m가 넘는 고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일본의 지붕'이라는 북알프스다. 거대한 산봉우리와 아찔한 협곡 등 빼어난 경관이 유럽의 알프스와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북알프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서쪽 도야마현에서 동쪽 나가노현까지 북알프스의 험준한 산길을 관통하는 산악관광 루트다. 알펜루트는 사계절 색다른 매력을 뽐내지만 특히 연중 두 번 그 절정의 풍광을 펼쳐 보인다. 4~6월에 볼 수 있는 설벽과 가을철 한껏 타오르는 단풍이 장관이다. 울긋불긋 물든 산자락을 보며 트레킹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가을 빛으로 물든 일본 북알프스

알펜루트는 다테야마역을 출발해 나가노현의 오기사와까지 90㎞ 가까운 긴 여정이다. 험준한 산악이지만 오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케이블카와 고원버스,트롤리버스,로프웨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갈아타면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도야마 공항에 내려 다테야마역으로 향한다. 해발 475m에 있는 역사의 가파른 오름길에 케이블카가 기다린다. 전차 모양에 통로와 좌석이 계단 모양으로 돼 있다. 평균 24도의 가파른 언덕을 7분쯤 오르니 해발 977m의 비조다이라에 도착한다. 어느새 그림처럼 펼쳐지는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고원버스로 옮겨타 구불구불 산허리를 감아돌며 오른다. 오르는 내내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눈을 즐겁게 한다. 멀리 거대한 물줄기를 내뿜는 쇼묘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 최고 낙차인 35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해발 1930m에 펼쳐진 미다가하라 고원의 가을색도 아름답다. 고원버스의 종착지인 해발 2450m의 무로도 고원에 도착하니 다테야마 연봉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푸른 하늘과 고봉에 쌓인 하얀 눈,알록달록한 단풍이 화려한 색의 향연을 펼친다.

◆자연이 펼쳐내는 색의 향연

무로도는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산책로를 10여분 정도 걸어가면 미쿠리가 호수가 나타난다. 화산 폭발로 생긴 호수에 비친 다테야마 연봉의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지옥계곡도 있다. 짧은 산책을 뒤로 하고 트롤리버스에 올랐다. 10분쯤 달려 긴 터널을 빠져 나와 다이칸보에 닿는다. 구로베 호수가 보이는 다테야마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로베다이라로 내려가는 로프웨이는 움직이는 전망대다. 7분 동안 하늘에 둥둥 떠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구로베다이라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구로베호수로 내려가 구로베댐까지 800m를 걷는다.

구로베댐은 높이가 186m로 일본 최대 규모다.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가을 산의 모습과 호수의 짙푸른 물줄기가 시선을 압도한다. 댐 건너편에서 트롤리버스를 타고 알펜루트의 동쪽 관문인 오기사와에 도착한다. 구로베 협곡의 단풍도 장관이다. 댐 건설을 위해 놓은 산악철도를 타고 구경한다. 깊은 골짜기 사이로 터널과 다리를 지나며 화려하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는 코스는 가히 환상적이다.

◆옛 일본의 자취를 찾아

알펜루트 주변에는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도야마현 남서쪽 산간 지대인 고카야마.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진귀한 모양의 집들이 모여 있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이노쿠라 합장촌'이다. 목조 벽에 억새로 이은 지붕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한 것처럼 60도의 급경사로 얹혀 있다. 쌓인 눈이 잘 미끄러져 떨어지도록 경사지게 지붕을 만들었다. 100~200년 전,길게는 400년 전에 지어진 것들로 3~4층 구조인데 못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산촌마을의 정겹고 고즈넉한 풍경이 그림을 보는 것 같다.

기후현의 작은 도시 다카야마에 가면 옛 일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일본을 상징하는 교토 문화와 에도시대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작은 교토'로 불리는 곳이다. 다카야마 시내 전통거리에는 일본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400년 된 목조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전통 음식점과 양조장,목공예품 가게에 들어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여행 팁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도야마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 시간은 1시간40분.알펜루트 지역은 해발 2000m가 넘는 산악지대로 평지와는 기온차가 있다. 방한 재킷이나 보온성이 뛰어난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알펜루트에는 미다가하라호텔,다테야마호텔 등이 있다. 구로베협곡 입구에는 도야마 최대 온천지인 우나즈키 온천마을이 형성돼 있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알펜루트 홈페이지(www.alpen-route.com/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야마(일본)=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