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탄생 200주년을 맞는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스무 살 되던 1831년 당시 유럽을 주름잡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의 경이적인 기교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렇지 않아도 다양한 장르의 낭만주의자들과 교유하며 창조적 일탈을 꿈꾸던 리스트의 내면은 파가니니로부터 받은 예술적 세례를 계기로 메피스토의 악마적 매력을 추구하게 된다. 그 직접적인 산물이 6곡으로 구성된 '파가니니 대연습곡'이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곡은 '종(bell)'이란 뜻의 제3곡 '라 캄파넬라'다. 그런데 그 선율은 리스트의 창작이 아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의 3악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종의 영롱한 음색은 줄을 켜는 바이올린보다 건반을 두드리는 피아노에 더 잘 어울리지 않겠는가. 게다가 피아노 고음부의 투명한 울림을 살려내는 데 각별한 재능을 지닌 리스트의 솜씨는 이 곡을 명인기의 향연으로 재탄생시켰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자신의 손끝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것은 예술에서든 우리 일상에서든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라 캄파넬라'가 리스트 자신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물론 거의 잊혀질 뻔했던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까지 살려낸 것을 보더라도 말이다.

유형종 < 음악 · 무용칼럼니스트 ·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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