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는 기업들에 이름을 알리는 최고의 창구로 활용된다. 기업들은 회사 이름과 브랜드를 내세워 구단을 직접 운영하거나 경기장 곳곳에 광고를 내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네이밍(naming) 마케팅 수단으로 '타이틀 스폰서'가 있다. 타이틀 스폰서는 프로골프대회나 국가대표 축구평가전(A매치) 등에 단발성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프로축구나 프로야구처럼 리그명 앞에 붙어 시즌 내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타이틀 스폰서는 TV중계권 못지않게 리그나 대회의 '캐시카우'로 인식된다.

타이틀 스폰서를 하려면 얼마를 내야 할까.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즈가 타이틀 스폰서다. 리그 앞에 이름을 붙이는 대가로 2006년부터 3년간 총 6580만파운드(1200억원),연간 400억원 정도를 지급했다.

국내에서 타이틀 스폰서 비용이 가장 비싼 곳은 프로야구다. CJE&M 게임사업부문은 2009년부터 3년간 105억원(연간 35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계약을 맺었다. CJE&M은 여기에다 스폰서 권리 획득에 따른 마케팅 비용으로 연 15억원 선을 지급해 연 50억원 정도를 타이틀 스폰서 비용으로 쓰고 있다. 또 인터넷 야구게임인 '마구마구'에 8개 구단의 로고와 엠블럼,마스코트,유니폼 등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대가로 3년간 최소 15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프로축구는 K리그 타이틀 스폰서로 현대오일뱅크를 최근 영입했다. 프로축구는 2009년 타이틀 스폰서 없이 리그를 운영한 적이 있으나 올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프로축구연맹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스폰서 영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정규리그와 챔피언십의 A보드 광고 및 90도 시스템 광고,경기장 내외 프로모션 등 다양한 광고 · 홍보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30억원 선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6일 개막하는 리그 컵대회 타이틀 스폰서는 다음주 공개한다. 지난해에는 포스코가 맡아 8억원을 쾌척했다.

하나은행은 대한축구협회의 타이틀 스폰서다. 협회에서 주관하는 국가대표 A매치와 FA컵대회 앞에 이름이 들어간다. 2007년부터 4년간 총 64억원을 지원했으나 올해 계약을 4년 연장하면서 총 144억원(연 3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전에는 계약금에 포함되지 않던 FA컵 타이틀 스폰서 비용에다 A매치도 종전 연 2경기에서 5경기로 늘리면서 금액이 급증했다. 하나은행은 A매치가 열릴 때마다 6억5000만원에서 7억원 정도를 지급해왔다. 하나은행 측은 계약을 갱신하면서 종전보다 10억원 정도 더 냈다고 밝혔다.

여자프로축구(WK-리그)는 IBK기업은행이 타이틀 스폰서가 됐다. 기업은행은 여자축구에 연간 5억원씩 2년간 후원하며 WK-리그와 춘계연맹전,전국선수권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다.

시즌 막바지에 들어선 프로농구의 타이틀 스폰서는 현대모비스다. 후원금은 지난 시즌 KCC가 낸 21억원에서 9.5% 오른 23억원이다. 프로농구는 오랫동안 후원해온 삼성전자가 떠나면서 스폰서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2008~2009시즌부터는 전년도 우승팀에 이듬해 타이틀 스폰서를 떠안기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2008~2009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동부 프로미는 스폰서 비용을 다 댈 수 없다며 18억원만 내 프로농구연맹(KBL)이 10개 구단의 분담금 10억원을 보태 28억원으로 만들기도 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010~2011시즌 타이틀 스폰서로 삼성생명을 맞았다. 후원 금액은 15억원.한국배구연맹(KOVO)은 23억원을 받고 NH농협을 스폰서로 영입했다. NH농협은 2007~2008시즌부터 3년간 10억원,20억원,20억원을 각각 후원했다.

프로골프대회는 대회별로 타이틀 스폰서가 있다. 스폰서는 보통 총상금의 3~4배를 쓴다. 상금 3억원짜리 대회라면 제반 경비를 합쳐 10억원 선이 든다는 얘기다. 남자 대회로 최다 상금액(10억원)을 자랑하는 한국오픈을 후원하는 코오롱은 올해 예산으로 44억원 정도를 배정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