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할까. 국가가 부유하고 국민이 가난하면,국민은 생존을 위해 정부에 의존하게 되고 정부는 모든 생계수단을 장악하게 된다. 결국 시민권과 법치를 권력에 내주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가 가난하고 민간이 부유하면,정부는 민간에게 의지하게 되고 정부 권력은 자연히 국민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가난한 국가는 세수가 부족할 때 필연적으로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을 찾게 된다. 따라서 근대 금융채권시장과 민주,법치는 마치 쌍둥이처럼 함께 의지하며 성장해왔다.

《중국식 모델은 없다》의 저자 천즈우 예일대 종신교수는 중국의 경제 기적인 '베이징 컨센서스'를 부정한다. 그는 규제가 상존하는 큰 정부 주도의 경제보다는 '자유,인권,민주'가 주도하는 작은 정부로 방향을 수정해야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과거 30년간 중국의 경제 부흥이 '중국식 모델'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독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그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을 인용해 오늘날 중국의 성과는 강제적 자원분배나 중국적 특색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과 인간의 보편적 본성이 권력의 제약을 이겨낸 결과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번영은 자율적 선택과 시장경제의 산물이며 인종,피부색,문화적 전통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인도에도 뒤진 중국의 서비스업 비율을 높이고 다양한 금융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미국,유럽 등 서구의 금융 역사를 되돌아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유럽의 르네상스를 이끈 금융기술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세율 비교를 통해 무엇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했는지 진단한다. 투기를 용인하는 미국의 주식 문화와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을 살핀 뒤 자율적인 제도 아래 금융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중국의 살 길이라고 말한다.

그의 대표작 《중국인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왜 부유하지 못한가》가 문제점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국식 모델은 없다》는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한 해법에 중점을 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