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개막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와 '서편제'가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첫 공연부터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눈물이 터져나왔고,공연전문가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한 라이선스 작품과 토종 창작품의 '동반 성공'이 가능할지 관심이다.

◆춤 · 유머 · 감동 3박자 갖춰

'빌리 엘리어트'는 런던과 미국,호주에 이어 비영어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랐다. 135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데다 빌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4명이 1년 동안 춤과 연기를 익혀 더욱 화제를 모은 작품.그만큼 대중과 업계의 관심이 컸다.

관객들의 반응은 초반부터 뜨겁다. 1~4회 공연에서 거의 전석(1100여석) 매진을 기록했다. 고난을 딛고 발레리노의 꿈을 키우는 11세 소년의 감동적인 얘기와 배우들의 연기,화려한 무대 등이 조화를 이룬 게 성공 비결이다.

무엇보다 빌리 역을 맡은 배우들의 춤과 연기가 기대 이상이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의 천진난만한 표정,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년의 감정 등을 잘 살렸고,탭댄스와 발레 등 뛰어난 춤 실력도 보여줬다. 와이어를 단 채 허공에서 춤을 추고 성인이 된 자신과 듀엣을 이루는 모습,경찰의 방패막을 두드리며 절규하는 몸짓,오디션장에서 자유롭게 내면을 드러내는 춤도 눈여겨볼 만한 장면이다.

무대 또한 빌리의 나선형 2층 침대방과 발레 수업이 이뤄지는 마을 강당,광부들의 파업 현장,런던의 로열발레학교 오디션장 등으로 변신하며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공연 못지않다.

다만 절망적인 노동자들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담배를 피워대는 점과 욕설이 섞인 일부 대사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객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내년 2월 말까지 LG아트센터, 5만~13만원.

◆폭발적인 음악과 열연

뮤지컬 '서편제'는 관객뿐만 아니라 공연 관계자들까지 눈물을 훔칠 정도로 호평을 얻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이유리 청강대 교수는 "자칫 신파가 될 수 있는 공연을 연출가가 포스트 모던하게 만들었다"며 "예술적인 완성도와 배우들의 진정성이 심금을 울리는 요소"라고 말했다.

고(故) 이청준씨의 단편소설(1976년작)과 임권택 감독의 영화(1993년작)를 원작으로 한 '서편제'는 '창극이나 마당극과 비슷할 것'이란 우려를 말끔히 씻고 현대적인 작품으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무대장치와 극 진행도 깔끔하고 세련됐다. 삼베의 느낌을 주는 8개의 대형 한지 벽면과 끊임없이 돌아가는 원형 무대, 다채로운 조명이 아버지 유봉과 동호 · 송화 남매가 떠돌아다니는 팔도 유랑길을 충분히 살렸다.

광기 어린 한 소리꾼의 예술혼과 부모 자식 간의 애증,의붓 남매 사이의 아련함 등이 관객에게 깊숙히 전달돼 '우리만의 콘텐츠'로 손색이 없다는 게 중평이다. 마침내 유봉의 상여가 나가고 송화가 자신을 찾아 헤맨 늙은 동호와 마주 앉아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 뜨는 장면을 노래할 때는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대중가요 작곡가인 윤일상과 국악인 이자람,김문정이 만든 32곡의 뮤지컬 넘버도 아름답다.

음악감독이면서 송화 역을 연기한 이자람의 판소리 및 팝발라드 창법 역시 신선하다. 서범석 · 차지연 · JK김동욱 등 쟁쟁한 배우 · 가수들이 무대에서 뿜어내는 열정도 30~40대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달군다. 11월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7만7000~9만9000원.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