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햄버거 회사가 아니다. 햄버거를 만드는 사람들의 회사다. '

전 세계 120여개국에서 3만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거대기업 맥도날드의 직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정의한다. 미묘한 차이지만 그 안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햄버거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어느 나라에 진출하든 맥도날드가 가장 먼저 신경을 쓴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어떻게 맞추느냐 하는 문제였다. 맛을 느끼는 기준은 나라마다,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리스펙트》는 이런 사례와 함께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인 '존중의 문화'를 강조한다. 맥도날드의 경우 창업자 레이 크록이 강조한 존중의 경영이 회사를 키웠다는 데 많은 경영학자들이 동의한다. 맥도날드뿐만 아니라 잘되는 기업들은 예외 없이 직원 존중의 원칙을 경영의 주요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기업뿐만 아니다. 가정,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시험을 치르던 대학생들에게 교수가 이런 문제를 냈다. "우리 강의실 청소부 아저씨의 이름을 적으시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황했다. 일부 학생은 교수에게 장난으로 낸 문제 아니냐,점수에 들어가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교수가 진지하게 말했다.

"자네들이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어떤 일을 하든 모든 사람을 똑같이 존중해야 하네.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지.내가 자네들에게 마지막으로 가르치고 싶은 가장 중요한 교훈이 바로 그것이야."

저자는 설득력 있는 예화와 통계자료,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조직과 비즈니스,부부 · 부모 · 자식간,학교 등의 관계를 두루 점검하며 다양한 존중의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존중의 문화로 세상을 놀라게 한 상품과 서비스를 탄생시킨 애플,3M,사우스웨스트항공 등의 사례도 소개한다.

특히 조직의 리더는 훈계하고 질책하면서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푸시(push)전략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경청하고 질문하고 격려하는 풀(pull)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EO의 정의까지도 '최고경영자'에서 '최고격려자'로 바꾸라고 말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