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년 10월28일 추사 김정희(1786~1856년)는 동지겸사은사부사(冬至兼謝恩使副使)가 된 부친(김노경)의 수행원 자격으로 청나라 수도 연경(燕京 · 지금의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듬해 3월 귀국한 그는 연경에서 당대의 거유(巨儒)인 옹방강,완원 등과 교류하면서 경학,금석학,서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후 각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추사의 연행(燕行) 2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화봉갤러리 · 화봉책박물관이 1월9일부터 3월1일까지 서울 관훈동 전시실에서 여는 '추사를 보는 열 개의 눈' 전시회다. 추사라는 당대의 거목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의 업적을 연행,가계,교유,역관,여항인,저술,인장,서법,금석학,세한도의 10개 키워드로 살펴보며 19세기의 학문과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회에는 추사의 글씨와 탁본,그가 소장했던 책을 비롯해 추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인물이 남긴 자료 등 210점이 전시된다. 사진으로 첫선을 보이는 추사의 글씨도 있다. 시인 천수경은 옥류동(지금의 서울 옥인동) 인왕산 아래 골짜기에 거처를 마련하고 '송석원'이라 이름했다. 추사는 1817년 이곳의 바위에 예서체로 '松石園'(송석원)이라는 글씨를 썼다. 송석원은 현재 자취를 찾을 수 없지만 1910년대 초 친일파 윤덕영이 이곳에 별장을 짓고 찍은 사진에는 '벽수산장'이라는 글씨 왼쪽에 추사가 쓴 '송석원' 글씨가 남아있다.

추사가 쓴 현판 글씨도 여러 점 선보인다. 조형미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김해 김씨 김기종 재실(齋室)의 '歸老齋(귀로재)' 현판 실물(사진),2006년 도난당했다 최근 다시 찾은 전주 한옥마을 학인당 현판 탁본,추사가 손수 탁본을 떴다는 기록이 있는 유일한 자료인 '백월비(白月碑)' 탁본첩 등이 공개된다.

《국조화징록(國朝畵徵錄)》 《능엄강록(楞嚴講錄)》 등 추사가 소장했던 책에는 그의 인장이 또렷하게 남아 있고,'세한도(歲寒圖)' 탄생의 직접적 계기가 된 《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도 볼 수 있다. (02)737-0057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