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퀸' 김연아(사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연기할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최근 완성하고도,이를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으로 한국인 사상 첫 올림픽 피겨 금메달을 노릴 예정이어서 팬들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 10월 피겨 그랑프리대회까지는 궁금증을 참아야 한다. 김연아는 이 대회에서 2009-2010 시즌에 연기할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하기 때문이다. 피겨 공연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이기에 선수들은 매번 다른 연기를 선보이지 못하는 걸까.

피겨 선수들은 보통 한 시즌에 3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쇼트 프로그램,프리 스케이팅(일명 롱 프로그램),갈라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피겨 규정상 한 시즌에 똑같은 프로그램을 연기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하지만 음악에 맞춰 안무를 짜고 그것을 몸에 익히는 것만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쉽게 프로그램을 바꿀 수 없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피겨 선수들의 실수가 줄어드는 등 프로그램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도 같은 연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꿈의 200점을 돌파한 것도 2008-2009 시즌 마지막 대회였다.

그렇다고 모든 피겨 선수들이 한 시즌에 같은 프로그램을 연기하는 것은 아니다. 반응이 좋지 않거나 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시즌 도중 프로그램을 바꾸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지난 시즌 일본의 안도 마키는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위해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 음악을 발레곡 '지젤'에서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으로 바꿨다. 한국의 김나영도 올해 초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을 모두 바꿔,쇼트 프로그램은 시즌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프리 스케이팅은 실수를 연발해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김연아도 프로그램을 바꾼 적이 있다. 2007-2008 시즌에서 갈라 프로그램을 '저스트 어 걸(Just a girl)'에서 '온니 호프(Only hope)'로 바꿨다. '저스트 어 걸'로 발랄한 면모를 보여주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치 않았고 김연아 스스로도 어색해 새 갈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갈라 프로그램은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연기를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쇼트 프로그램,프리 스케이팅 등 정식종목과 달리 종종 바뀐다.

시즌 연속해서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인 경우도 있다. 보통 썼던 프로그램을 손질해 완성도를 높인다. 김연아도 2003-2004 시즌에 이어 2004-2005 시즌에도 쇼트 프로그램으로 '스노 스톰(Snow storm)'을 배경음악으로 연기했고 2004-2005 시즌,2005-2006 시즌의 프리 스케이팅도 'Papa,Can you hear me?'로 같았다. 하지만 같은 프로그램을 몇 시즌 계속 들고 나오면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 있는 데다 심판에게도 참신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탓에 보통 한 시즌,길어야 두 시즌 정도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