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최고 미인으로 퐁파두르 부인을 꼽습니다.

'유혹의 귀재'로도 불리는 이 여인은 스무살 때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지만 신분 상승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국왕에게 접근하지요. 남편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시골로 추방(?)한 그는 마침내 루이 15세의 마음을 사로잡아 애첩이 됩니다.

그의 최대 무기는 백옥 같은 피부였습니다. 이는 왕의 총애를 받으면서 궁중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지요. 그래서 실외로 나갈 때면 반드시 양산을 받쳐들었고,얼굴과 목덜미에는 자신을 위해 특별히 제조한 화장품을 발랐습니다. 계란 흰자와 꿀,고무,달팽이를 빻은 가루,진주 가루 등을 섞어서 만든 최고급 수제 화장품이었죠.

그가 화장품과 향수 등 겉치장에 쓴 돈이 1년에 무려 50만 프랑에 달했다니 '미모'와 '유혹'의 거래가격에는 상한선이 없는가 봅니다.

그의 초상화로 표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유혹의 역사》(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강희진 옮김,미래의창 펴냄)가 출간됐군요. 표지와 제목만으로도 독자들을 '유혹'하는 책입니다. 도대체 유혹의 역사에는 어떤 비밀이 들어 있을까요.

독일의 여성 성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남녀관계의 모든 것이 여성의 '보여주기'와 남성의 '보기'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들이 수동적인 척하며 수컷을 유혹하는 것처럼 '내숭'의 뒤안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총동원하는 게 여자라는 것입니다.

남성을 자극하는 최고의 수단 맨살,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탄탄한 엉덩이,긴 다리와 앙증맞은 발,풍성한 머리칼,새하얀 피부,붉은 입술….19세기 여인들의 개미허리나 20㎝에 달하는 하이힐,실리콘으로 부풀린 가슴과 입술도 유혹의 극단적인 '도구'입니다. 여자들이 몸에 칼을 대는 고통까지 이겨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에 따르면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라'는 자연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인류의 번식을 위한 '대자연의 입김'이기도 하지요. 남자들이 '최대한 들키지 않고 엿보면서 기꺼이 무너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