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낭 여행을 런던에서 시작한다면 보통 다음 목적지는 암스테르담이다. 영국에서 밤새 버스를 타고 지하터널을 건너 유럽 대륙에 도착한다. 새벽녘 버스 안에서 잠을 깨 창밖을 보면 안개 속으로 펼쳐진 평원과 거기에 엎드려 있는 젖소들의 모습이 이국적이다.
풍차와 튤립을 보면 동화의 한 장면에 들어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환상은 암스테르담 기차역에 도착하면서 깨진다. 동양인들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커 보이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주눅이 든다. 파격적인 의상과 길거리 곳곳에 보이는 게이와 레즈비언들의 키스 장면이 충격적이다. 비로소 클래식과 포스트모던을 함께 끌어안고 살아가는 네덜란드의 참모습을 보게 되는 순간이다.
■북유럽의 베니스,암스테르담
기차역과 그 앞에 자리한 여행자안내소에서 암스테르담 시티투어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시내 지도와 각종 여행정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안내소에서 나와 다리를 하나 건너면 왼편에 운하,오른쪽에는 담락거리를 따라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광장 곳곳에서 심심찮게 즉흥 퍼포먼스와 무명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중앙역에서 번화가인 담락 거리를 따라 도보로 10∼15분 정도 걸으면 담광장이 나타난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22m 높이의 전쟁위령비가 있어 약속장소로도 많이 이용된다. 이 위령비는 2차대전 때 희생된 네덜란드 젊은 영혼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비다.
담 광장 주변에는 호텔,음식점,쇼핑센터 등이 밀집되어 있다. 광장 한쪽에는 왕궁과 카타리나 교회가 있다. 왕궁은 본래 암스테르담 시청사로 쓰이던 건물이었지만 19세기에 왕궁으로 지정되었다. 흰색 벽돌로 지어진 카타리나 교회는 네덜란드 국왕의 대관식이 거행되는 장소로 유명하다.
암스테르담을 상징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운하다. 도시 전체에 놓인 다리가 600여 개에 이른다고 하니 운하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도로와 운하가 정교하게 짠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운하를 따라 크루즈를 탈 수도 있다. 크루즈는 소요시간,코스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탑승하기 전에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로 한 시간 코스의 크루즈 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박물관 부근의 선착장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뮤지엄 보트도 있다.
■안네 프랑크,렘브란트,반 고흐
광장에서 서쪽으로 접어들어 운하에 놓인 다리를 서너 개 정도 지나면 안네 프랑크의 집이 나온다. 겉보기에는 평범하다. 전쟁통에 가슴 졸이며 살았을 안네의 가족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림에 관심이 없는 여행자라고 하더라도 국립미술관과 반고흐미술관은 반드시 들러보는 것이 좋다. 국립박물관은 렘브란트의 대작 '야경'을 비롯해 세계적인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야경'은 1990년 정신 이상자의 염산 세례를 받은 채로 전시돼 있다. 1639부터 1685년까지 렘브란트와 그의 아내가 살았던 집도 아직 남아 있다. 그곳에 가면 그의 판화 스케치와 데생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렘브란트 이후 가장 위대한 네덜란드 화가로 인정받고 있는 반 고흐.불과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작된 그의 작품들과 그의 특이한 삶이 간직된 곳이 반 고흐 박물관이다. 고흐의 200여 점의 회화와 500여점의 데생을 볼 수 있다.
■튤립과 풍차 그리고 나막신의 나라
암스테르담 여행을 계획할 때 근교 도시 여행 계획도 같이 짜는 것이 좋다. 관광객들이 기대하는 튤립과 풍차는 근교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에서 북쪽으로 약 15㎞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잔세스칸스는 네덜란드 전원마을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강변을 따라 드문드문 서 있는 풍차들과 나무로 지은 전통 목조건물,집에서 직접 만든 치즈와 잼,평화로운 초지와 산책하기 좋은 강변길 등이 남아 있다. 기차역에서 내려 풍차가 있는 곳까지는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입장료를 내면 풍차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는 나막신 공장도 있다. 입구에서부터 나막신의 역사를 따라 다양한 나막신들이 전시되어 있다.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를 일컫는 베네룩스 지역을 중심으로 각 지역 특성에 맞게 디자인 된 나막신들이 있다. 나막신을 만드는 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다.
튤립을 보고싶다면 큐켄호프로 가자.큐켄호프는 네덜란드말로 '부엌'이라는 뜻의 큐켄과 '정원'이라는 의미의 호프가 결합한 단어로,과거에는 연회에 쓰일 채소와 허브를 재배했다고 한다. 큐켄호프의 매력은 온갖 색깔의 튤립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노랑,주황,빨강,분홍,하양 튤립은 물론 여러 색이 한데 섞인 것까지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알크마르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전에 치즈 시장이 열린다. 시간을 잘 맞춰 찾아가면 흰색 옷에 빨강,파랑,초록 모자를 쓰고 샛노란 치즈덩이를 나르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