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 짧게 쥐어라
20야드 손해본다고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스윙을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졌죠? 어떻게 아느냐고요? 제가 지금 한국에 있거든요. 미국 LPGA투어가 지난 8월25일 세이프웨이클래식 이후 2주간 공백이 있었던 데다 무릎 부상이 도져 잠시 쉬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투어생활을 하다 보면 날짜 개념이 희미해 집니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선수는 얼마 되지 않을 거예요. 그 대신 요일 개념은 확실하죠.무슨 요일인지를 알고 있어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투어생활을 몇 년 정도 해 본 선수들은 이맘때가 되면 시즌을 슬슬 마무리할 시점이 됐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 즈음엔 본격적으로 체력 싸움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 대신 샷감각,특히 쇼트게임 감각은 놀랍도록 예리해집니다. 거리가 나지 않는 대신 샷감각이 좋아지기 때문에 미들아이언과 롱아이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집니다. 샷감각이 떨어지는 날은 그야말로 커트 탈락을 걱정해야 하지만요.

제 경우는 샷 정확도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걱정은 없지만,그래도 샷 정확도를 높여야 할 때는 제 나름대로 요령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특히 드라이버로 샷을 할 때 유용합니다.

그 요령이라는 것이 아주 간단한 거라서 이야기하기도 그렇지만,살짝 밝혀볼게요. 비밀은 다름아닌 그립에 있습니다. 그립을 평상시보다 짧게 쥐는 것이죠.그립을 짧게 쥐면 클럽을 제어하는 감각이 좋아집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구질을 내기 쉽습니다. 자신이 마음 속으로 그리는 구질을 쉽게 낼 수 있다면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너무 간단해서 "에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확도를 높이는 진짜 비결이 또 있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정확도를 높인다는 것은 바꿔 말해 거리는 어느 정도 손해본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는 그립을 짧게 쥐고도 있는 힘껏 볼을 향해 스윙을 합니다. 이는 아마도 거리를 맞출 필요 없이 멀리 보내는 것이 미덕인 드라이버 샷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해요. 그러니 정확하게 치려고 그립을 짧게 쥐고서도 무리한 스윙을 하는 것입니다. 그립을 짧게 쥐는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죠.

핵심은 아예 20야드 정도 거리를 손해본다고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스윙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제어력이 높아지고,오히려 클럽의 중심에 볼을 맞힐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평소보다 정확도는 높으면서도 거리도 그다지 손해보지 않는 것이죠.

그립을 짧게 쥐면 거리가 멀리 간다는 분이 가끔 있습니다. 올해 미국 PGA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재미교포 앤서니 김을 보세요. 앤서니는 그립을 2인치정도 짧게 잡는데도 불구하고 300야드 이상을 날리지 않습니까. 이는 제어력이 높아져서 클럽의 중심에 볼이 맞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립을 짧게 쥐었으면 정확하게 페어웨이에 볼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만족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