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레슬링 선수 판정항의…시상 거부

베이징올림픽이 '도핑'과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다.

각국은 자체적으로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10여건의 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출전자를 대체하는 소동을 빚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 육상 1600m 계주팀 일원이었던 안토니오 페티그루가 약물 복용을 시인함에 따라 미국이 금메달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북한 사격 선수 김정수(31ㆍ4.25국방체육단)는 도핑에 적발돼 올림픽 메달을 박탈당했다. 김정수는 9일 10m 공기권총에서 3위에 오른데 이어 12일 50m 권총에서 금메달리스트 진종오(KT)에 0.2점차로 뒤져 은메달을 획득했으나 베타차단제에 양성 반응을 보여 이번 대회에서 딴 메달 두 개를 빼앗겼다. 김정수는 메달 박탈과 함께 당분간 국제사격연맹(ISSF)이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도 나설 수 없게 됐다.

최대의 오심 사건은 레슬링에서 나왔다.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스웨덴의 아라 아브라하미안은 14일 열린 준결승에서 안드레아 미구치(이탈리아)에게 패한 뒤 소리를 지르며 심판 판정에 항의했고 만류하는 코칭스태프들을 뿌리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아브라하미안은 패자 부활전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시상식에서 메달을 매트에 던진 뒤 나가버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6일 이사회를 열어 아브라하미안에 대해 페어 플레이 정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하고 동메달을 박탈했다.

AP통신은 이 사건에 대해 국제레슬링연맹(FILA) 내부의 오래된 부패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비판했다. 스웨덴이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심판 판정에서 피해를 본 이유는 FILA 이사였던 스웨덴 출신 펠레 스벤손이 내부비리 척결을 시도하다가 미움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번 올림픽에서 아브라하미안은 국제대회 순위가 20위밖에 있는 미구치에게 패했고 이는 FILA 수석 부회장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