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보물 585호)를 비롯한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화첩'(보물 527호ㆍ국립중앙박물관),김정희 종가 소장의 칠언시 '시골집 벽에 쓰다'(보물 547호) 등 보물급 서화 작품 다수가 위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서화감정전문학자로 알려진 이동천씨는 19일 출간한 《진상(眞相)-미술품 진위감정의 비밀》을 통해국립중앙박물관,삼성미술관리움,간송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서화 작품 상당수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가 대표적 위작으로 꼽은 작품은 지난해 1월부터 시중에 통용되고 있는 1000원권지폐 뒷면에 들어간 그림 '계상정거도'.겸재의 예술세계와 상당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진작과 비교할 때 작품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한국은행 측은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한 작품인 만큼 특별한 문제가 없는한 1000원권을 그대로 유통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김홍도 장승업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서화 대가들의 작품의 90% 정도가 위조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작의 근거로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주로 썼던 호분(조개 껍데기를 갈아 만든 재료)과 달리 위작에 주로 쓰인 연분(납 성분의 백색 재료)은 세월이 갈수록 흰 색깔이 검게 변하는 반연현상이 나타난다"며 "일반인의 눈으로도 반연 현상은 식별이 가능하며 과산화수소수로 씻으면 백색으로 환원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천씨는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랴오닝성박물관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2001~2002년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미술품 전문가들과 화랑업계는 '말도 안된다'는 의견이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은 "중국에서 고미술 감정을 공부한 사람이 한국 대가들의 그림을 감정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농산물 검역하는 사람이 콩과 밀을 구분 못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말을 아꼈다.

우찬규 학고재화랑 대표는 "이씨는 국내에서 고미술품 감정에 참여한 적이 없고 국내 대가들 작품의 진위를 파악할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며 "가짜라고 주장하는 작품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