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 이모저모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전이 20일 개막된 이후 사흘 동안 수천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상상력의 보고'를 보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으로 밀려들었다.

마그리트가 논술시험에 자주 나오는 화가이기 때문인지 단체관람 학생들이 많았고 미술전공자와 외국인 관광객,자녀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가족 관람객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오후 1시,3시(영어 설명),4시,7시 등 하루 5차례 진행되는 전시 작품 설명이 시작되면 100~200여명의 관람객들이 전시 코디네이터 앞으로 모여 귀를 기울였다.

◇…르네 마그리트가 현대 대중문화에 많은 영향을 준 데다 철학적 사고를 그림에 담아낸 화가인 만큼 전시장은 현장 학습장 같은 진지한 분위기였다.

수험생 김성근군(18·서울 마포구 도화동)은 22일 "마그리트 작품이 논술과 수능시험에 나왔다는 기사를 읽은 후 직접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면서 "작품이 어렵지만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감상하니 마그리트의 예술세계를 웬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 서초동에서 사설학원을 운영하는 문혜자씨(30)는 "지금까지 마그리트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어린이들에게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강의를 해왔다"면서 "마그리트 작품을 직접 보고 나니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13살짜리 쌍둥이 딸을 데리고 온 주부 한창은씨(44·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는 "마그리트 작품을 본 아이들이 그림이 특이하다며 재미있어한다"고 즐거워했다.

◇…22일 오후 단체관람에 나선 서울 이화여고 학생 50여명은 마그리트의 상식을 뒤집는 작품을 보고 신기해하며 현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등의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전시 코디네이터 정희운씨는 "마그리트는 어느 화가도 흉내낼 수 없는 신선하고 충격적인 이미지와 매혹적인 세계를 창조했다.

그의 작품이 팝아트와 그래픽 디자인분야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물론 지금도 광고,영화,음악,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막 첫날인 20일엔 김천예술고등학교 학생 300여명이 단체관람했다.

이들은 마그리트 작품 '붉은 모델'이 신발과 발목을 접목시킨 이유 등을 물었다.

◇…미국인 관광객 로버트 콜라조(23)는 22일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미로를 따라 정원을 산책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이 같은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여는 것은 경제적인 역량만큼 문화수준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