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누구나 왠지 멋진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반짝이는 장식으로 뒤덮인 마을,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산타,명절 분위기에 들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 있다면? 우리가 꿈꿔온 성탄절 명절의 환상에 가장 근접한 곳이 바로 유럽이다.

11월 말부터 성탄절 직전까지 유럽 각국에선 화려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그 중에서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같은 독어권 국가들이 특히 유명하다.

이 기간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손으로 만든 장식,장난감,도자기 등 예쁜 공예품들이 진열되고 광장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화려한 전구로 장식되어 성탄절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따듯하게 데운 적포도주(글루바인)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하이라이트. 크리스마스 마켓은 도시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렌터카를 몰고 돌아다니면서 여러 마을을 방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독일 최고의 중세도시 뉘른베르크

성벽으로 둘러싸인 뉘른베르크는 신성로마제국 시절의 전성기 모습이 완벽하게 복원된 구시가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성탄절 장식까지 더해지니 동화 속 세상이 따로 없다.

매년 200만에 달하는 관광객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기 위해 뉘른베르크를 찾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0여개의 상점들은 저마다 '최고의 크리스마스 가게' 상을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치장을 하고,손님을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곳곳에서 뉘른베르크 명물 소시지와 생강빵 냄새를 피워댄다.

뉘른베르크에서는 반드시 글루바인 술잔을 챙겨오자.

2유로 정도의 보증금을 포기하면 예쁘기로 소문난 뉘른베르크의 글루바인잔을 합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1년365일 크리스마스가 계속되는 로텐부르크

로텐부르크는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낭만적인 도시다.

반목조 가옥들 사이로 비좁은 돌길을 따라 늘어선 크리스마스 마켓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너무나 아기자기하다.

무엇보다 로텐부르크의 명물로 1년365일 영업하는 크리스마스 숍 Kathe Wohlfahrt를 빼놓을 수 없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나무 오르골,천정부터 바닥까지 뒤덮은 장식들은 마치 요정들이 만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빈의 초대형 크리스마스 마켓

빈은 유럽을 재패한 합스부르크가의 중심지답게 초대형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7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빈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원래 '12월 마켓'이라 불리던 조그만 장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시청 앞에서 벌어지는 행사가 가장 크고,성탄절 콘서트가 열리는 쉔브룬 궁전이나 스피텔베르크의 오래된 마켓 역시 가볼 만하다.

▶산타의 사무실과 장난감 공장이 있는 몽트뢰

매년 여름이면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호반의 요새 '시옹성'을 보기 위해 몽트뢰로 모여든다.

하지만 시옹성이 몽트뢰의 전부는 아니다.

온 거리가 별 모양 전구들로 장식되고 백여개의 스탠드가 열리는 이 지역 크리스마스 마켓은 명실공히 스위스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년 인기를 더해가는 거대한 장난감 공장과 로쉐드네 언덕의 산타클로스 사무실은 아이들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실재하는 것 같은 환상을 맛보게 해준다.

여행작가 박범진('굴러라 유럽' 저자) pineapple@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