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을 맺히게 하는 얼큰한 순대국 한그릇은 어떨까.
순대국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다.
생김새도 이상한 오소리감투 곱창 머리고기 같은 내용물에다, 빨간 다대기 양념을 넣어 먹는 방식이 그리 깔끔해보이지 않은 탓이다.
역한 돼지고기 냄새까지 날 경우 두 번 다시 순대국을 쳐다보지 않게 된다.
그러나 순대국 만큼 값싸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국물음식도 없다.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 순대국에, 간고기와 야채를 버무려 먹음직스러운 순대까지 차리는 서울의 순대국집을 찾아보자.
상추 겉절이ㆍ깍두기 맛이 일품
◆ 오소리순대(02-918-9797)=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3번출구로 나와 우회전한 뒤 두 번째 골목(제기파출소 직전)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이 동네에서만 35년간 순대를 팔아온 곳이다.
고려대학교 출신들이라면 한번쯤은 들러봤을 추억이 어린 곳이다.
순대국집에 가면 으레 등장하는 '오소리'는 원래 돼지 위장을 말하지만 이집에서 쓰는 '오소리'는 '우리는 이익을 적게 본다(吾小利)'는 뜻이란다.
순대국에 딸려나온 양념장을 털어 넣는다.
고기,야채,당면이 들어간 순대는 먹는 느낌이 매우 좋다.
반찬으로 상추 겉절이를 내준다.
무를 통째로 넣어 만든 깍두기 맛이 일품이다.
깍두기 국물을 순대국에 넣어 먹어도 되고 숟가락으로 그냥 떠먹어도 된다.
순대는 검은색과 흰색 두 종류다.
검은색 순대는 선지를 넣어서 만든 것이고 흰 순대는 선지를 넣지 않은 것이다.
순대국 4500원.모듬순대 1인분에 9000원.순대국밥 뚝배기가 좀 작은 편이다.
부추김치를 순대국에 넣어서 먹어
◆ 마장왕순대(02-2296-8664)=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2번출구로 나와 500m가량 쭉 올라가면 큰 사거리가 나온다.
그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부산 서면에서 순대를 팔다 마장동으로 올라와 차린 순대국집이다.
왕십리에서도 장사한 지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실내는 허름하지만 맛 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곳이다.
뽀얀 국물에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순대가 먹음직스럽게 나온다.
특히 부추김치를 잘한다.
부추김치는 순대국에 넣어서 먹는다.
잡내가 전혀 없어 누구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순대국밥 5000원,모둠순대 1만원,1만5000원.
겉절이가 순대국 맛을 배가시켜
◆ 서일순대국(02-821-3468)=대방동 보라매공원 인근에 위치해 있다.
농심 본사 옆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 골목으로 들어가면 왼편에 있다.
1, 2호점이 나란히 붙어 있다.
순대는 그리 두툼하지 않지만 먹기에 편하고 오소리감투 머리고기 등이 냄새가 하나도 없다.
빨간 양념을 듬뿍 얹은 겉절이도 순대국 맛을 배가시킨다.
순대국은 5000원,순대 머리고기 오소리감투로 구성된 모둠순대는 1만원.
강남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곳
◆ 먹거리순대(02-515-3808)=서울 강남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곳이다.
논현동 언북중학교 근처에 있다. 매우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반찬도 집에서 만든 것처럼 정갈하다.
작은 식당이지만 순대도 직접 만들어 내놓는다.
순대국에 들어가는 머리고기 등 내장도 질이 좋다.
순대국 5000원,모둠순대 1만2000원,1만8000원.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