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에서 불꽃놀이라도 벌이고 있는지,밤 하늘 가득 거대한 섬광이 끊길 듯 이어진다.


온몸을 지긋이 죄는 듯한 질감의 캄캄한 어둠이 한 번 두 번 증발됐다 내려앉는다.


핏빛 노을이 완전히 가라앉은 카오락의 방삭해변은 파도소리 하나 없이 조용할 뿐.바람도 잠에 곯아떨어졌는지 잠잠하다.


홀홀히 흔들대는 비치바의 촛불 뒤,발그레히 달아오른 사람들의 표정에 걱정이 스친다.


이러다가 비가 쏟아지지나 않을까.


천둥소리 없는 번개는 먼 곳의 비구름이 요동치고 있다는 증거.


구름 한 점 없던 대낮 느닷없이 쏟아졌던 소나기 때문에 이날 일정에 약간의 차질이 빚어졌지 않은가.


아침 햇살은 찬란하기 그지없다.


비구름은 수평선 너머에서 진을 뺐는지 하늘엔 흰구름 한 점 찾을 수 없다.


해안을 따라 내리 달리는 산줄기의 싱그런 녹음과 안다만해 잔잔한 물결의 짙푸름,그리고 약간의 물기를 머금은 산들바람…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서둘러 짐을 꾸려 타플라무 선착장을 향해 달려간다.


마음은 벌써 시밀란섬에 가 있다.


시밀란섬은 이곳 카오락 타플라무 선착장에서 스피드보트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섬.반구,시밀란,파유,미앙,파얀,파양,후용 그리고 무명씨 2개 등 모두 9개의 작은 섬으로 되어 있다.


통칭해 부르는 이름 시밀란은 '9개의 섬'이란 뜻.말레이 어부들이 '셈빌란' 즉 아홉'9'라고 부른 데서 유래됐다.


시밀란섬은 세계적인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다.


다이버 세계에서는 세계 10대 다이빙 명소로 손꼽는다.


수면 20∼30m 아래 펼쳐진 연산호 등의 바다생물이 별천지를 이룬다고 한다.


희귀종인 고래상어가 회유하는 길목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건기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우기에는 거친 파도가 빗장을 닫아걸고,1982년 일대 1백28㎢ 해역을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한 태국정부도 이곳의 생태보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


35노트 속력으로 달린 스피드보트가 처음 닻을 내린 곳은 9번 반구섬.


연산호가 빚어내는 물속 풍경이 아름답다는 크리스마스포인트다.


다른 배를 타고 먼저 온 사람들은 벌써 스노클링 삼매경에 빠져 있다.


감청색 바닷물이 얕아 보인다.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다.


숨대롱이 달린 수경을 쓰고 수면에 편안히 엎드리자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날쌔게 달려들어 손에 쥔 빵조각을 낚아챈다.


아래쪽에서는 가느다란 은빛 물고기들이 떼지어 유영한다.


잽싸게 방향을 바꿀 때 마다 햇빛을 반사해 눈부시다.


바로 옆 8번 시밀란섬으로 이동한다.


9개의 섬 중 주장격인 곳이다.


배는 검은 바위덩이 해안을 빙 둘러 아이보리색 산호모래 해변으로 다가선다.


멀리서 보는 해변이 어찌나 눈부신지 눈을 뜰 수 조차 없는 지경이다.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물색도 변한다.


검푸른 감청색에서 고려청자의 신비한 비취색으로 바뀐다.


배는 그림자가 물밑 바닥에 어려 마치 공중을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3~4백m 둥글게 펼쳐진 해변은 선탠을 하는 사람,산호모래의 감촉을 즐기며 걷는 사람 등으로 북적인다.


바로 앞 바위지대엔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유유히 떠다닌다.


바다쪽으로 향해 오른편에 높은 바위언덕이 솟아 있다.


항해하는 배를 닮았다고 해서 '세일링 록'이라고 하며,만화영화의 주인공 도널드 덕과 비슷해 '도널드 덕'이란 별명도 붙은 바위언덕이다.


맨발로도 15분정도면 오르는 정상.


시밀란섬의 또다른 모습이 포착된다.


바다물과 모래해변,배후의 숲은 그대로지만 아래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풍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섬에는 하룻밤 몸을 뉠 작은 방갈로와 텐트촌 그리고 식당이 있다.


식당 옆 작은 웅덩이 가에서 '시밀란 악어'를 볼 수도 있다.


길이가 두뼘쯤되는데 꼭 도마뱀 처럼 보인다.


다음은 4번 미앙섬.


시밀란섬에 못지 않은 산호모래 해변이 자랑이다.


시밀란섬 보다 훨씬 한적하다.


도발적인 자세로 기념사진을 찍는 연인들이 보인다.


스톤헨지,버드록 포인트가 다이빙과 스노클링 장소.


공원관리소와 규모가 작은 방갈로촌이 해변 한쪽에 있어 묵어갈수 있다.


7번 파유섬도 찾는다.


딥 식스,이스트 오브 에덴 포인트가 돋보인다.


큼지막한 영지버섯 모양의 산호가 기다린다.


그리고 1~3번 섬.


아쉽게도 접근 금지다.


바다속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관광객 출입을 통제하고 있단다.


돌아가는 뱃길.


멀리 하늘이 희뿌옇다.


흔들거리는 망사커튼을 연상시킨다.


스콜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그 위에 선명한 무지개가 걸려 있다.


한국의 읍 정도 크기인 카오락은 전체가 국립공원이다.


안다만해를 바라보는 산줄기 또한 원시의 자연풍치를 자랑한다.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즐기는 것은 코끼리 트레킹과 대나무 뗏목 래프팅.


코끼리 트레킹이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30~40살 된 코끼리를 타고 50여분간 밀림길을 헤친다.


치앙마이 등 태국의 다른 지역에서 하는 코끼리 트레킹은 맛보기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평.


한마리가 간신히 지날 정도의 좁은 트레킹 길의 일부 구간은 경사 50도로 가파르다.


올라갈 때 몸을 푹 숙이지 않으면 뒤로 자빠질 정도.


내려갈 때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길 중간에 들어서면 더위가 싹 가신다.


울창한 고무나무 숲이 하늘을 가려주기 때문.


코끼리는 대부분 고향이 미얀마라고 하는데 끙끙대며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모습을 보면 괜히 안쓰러워진다.


대나무 뗏목 래프팅도 해 본다.


길이 3~4m의 굵은 대나무를 10개 정도 엮어 만든 2인승 뗏목을 타고 숲속에 난 물줄기를 따라 유람하는 것.


앞에서 뗏목꾼이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준다.


간간이 나오는 여울목에서 스피드감을 즐길수 있다.


물은 얕아 뗏목이 뒤집혀도 걱정할 게 없다.


뗏목은 보통 10cm 정도 물에 잠기기 때문에 래프팅 뒤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카오락은 개발이 덜된 휴양지다.


숙박시설은 1백여개를 헤아리지만 다이버나 배낭여행객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큰 리조트호텔로는 소피텔,라 플로라,묵다라,로열 코코팜 등이 있다.


이달 13일 그랜드 오픈한 방삭해변의 르 메르디앙 카오락 비치&스파 리조트가 가장 크고 화려하다.


태국의 전통미와 프랑스의 세련미를 접목해 꾸몄다.


어린이풀과 메인풀,성인 전용풀 등 3개의 풀이 조성되어 있다.


풀 주변의 키 큰 야자수는 원시림을 연상시킨다.


전담교사들이 어린아이를 돌봐주는 펭귄클럽도 있다.


스파시설도 고급스럽다.


다양한 형태의 마사지와 아로마 테라피 등을 받을 수 있다.


요즘 허니무너들이 즐겨 찾는 풀빌라도 단정하다.


오로지 둘만의 공간을 원하는 허니무너를 위한 사방이 막힌 풀빌라,좀 개방적인 허니무너들이 좋아하는 바다쪽으로 터진 풀빌라 등 다양하다.


노을이 지고,객실의 불이 켜지는 저녁시간대의 리조트 풍경이 제일 좋다.


푸른 타일을 깐 수영장의 분위기도 환상적이다.


카오락(태국)=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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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태국 카오락은 푸켓공항에서 사라신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다.


올라가는 길의 오른편은 밀림,왼편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카오락,낭통,방니앙,방삭 등의 해변이 20km에 걸쳐 뻗어 있다.


이중 방삭해변이 제일 커 길이가 10km에 달한다.


해변 폭이 좁은 편이어서 오붓한 느낌을 준다.


요즘이 건기로 여행하기 제일 좋다.


인천에서 방콕(5시간30분)으로 들어가,방콕에서 국내선(1시간10분)을 타고 푸켓공항으로 향한다.


푸켓 직항편의 비행시간도 비슷하다.


푸켓에서 카오락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바트.


요즘 환율은 1바트에 30원 내외.


가야여행사(02-536-4200)가 카오락 여행을 안내한다.


르 메르디앙 리조트를 이용한다.


허니문상품은 '방콕 1박+카오락 2박'또는 '카오락 3박'의 3박5일 일정 두가지.


풀사이드 바베큐 만찬과 객실 미니바(1회)무료이용,공항~호텔 리무진서비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2시간30분 코스의 스파를 특별가(1인 10만원)에 즐길 수 있다.


객실에 따라 1인당 1백46만9천원.


가족여행 상품도 3박5일 일정으로 꾸몄다.


방콕에서 1박,카오락에서 2박한다.


펭귄클럽을 무료이용할 수 있다.


방콕관광(칼립쇼 포함)도 겸한다.


디럭스객실 기준 어른 99만5천원,어린이 74만9천원.


두 상품 모두 카오락에서의 코끼리 트레킹,대나무 뗏목 래프팅 포함.


시밀란 관광을 하려면 1인당 80달러 추가.


코끼리 트레킹과 대나무 뗏목 래프팅을 하지 않고 시밀란 관광을 한다면 50달러만 더 내면 된다.


호텔내에 상주하는 현지사무소 직원이 여행의 편의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