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들은 예부터 책읽기의 기본을 '통독'이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통독이나 숙독뿐만 아니라 속독과 다독이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둘 다 일리가 있다.


마음의 양식인 책도 질과 양의 조화가 맞아야 '영혼의 보약'이 된다는 뜻에서 보자면 이 둘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좋다.


먼저 천천히 음미하면서 깊이있게 책을 읽는 방식부터 보자.프랑스 평론가 에밀 파게는 그의 책 '독서술'에서 "책은 즐기기 위해서나 배우기 위해서나 비평하기 위해서나 천천히 읽는 게 좋다"고 했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씨도 "소년 시절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이틀 만에 다 읽어버린 것이 아직도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의 독서가 야마무라 오사무는 저서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통해 "책을 읽는 방식이 곧 삶의 방식"이라며 "몸의 리듬과 마음의 속도에 맞춰 책을 읽으면 삶이 두 배로 행복해진다"고 강조한다.


엔도 류키치의 '독서법'에도 "대충 읽으면 뇌수가 나빠진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렇게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들은 문학서와 명상서 철학·인문서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책에는 '느리고 깊게'가 제일 좋은 '독서의 기술'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경우에는 효율을 중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놓은 '효율적인 독서법'을 종합하면 크게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주제나 목적을 갖고 책을 고른다 △활용할 정보를 염두에 두고 읽는다 △'80 대 20 법칙'을 활용해 20%의 분량에 함축된 요점을 파악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화학반응을 즐긴다 △좋은 책은 반복해서 읽는다 △멘토로 삼고 싶은 인물이나 사상을 통해 사고의 유형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자신과 오버랩해서 읽고 귀중한 배움을 실천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습관' 중)


물론 급히 리포트를 쓰기 위해 핵심단락만 골라 훑는 '원숭이식 독서법' 등 다독을 위한 테크닉은 많다.


그러나 이는 '영양가 없는 인스턴트 식품만 잔뜩 먹은 것처럼 위험'(잭 켄필드)하다.


그러면 나에게 맞는 책을 어떻게 찾고 고를 수 있을까.


신문의 신간정보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새책 정보를 얻는 게 일반적이다.


월간 '북새통'이나 격월간 '북&이슈',계간 '서평문화' 등의 잡지에서도 좋은 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격월간 '기획회의'는 출판계 안팎의 트렌드와 분야별 전문가 리뷰를 통해 폭넓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하고 있다.


인터넷서점의 북블로그와 독자 리뷰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서평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세리진(www.seri.org),경영컨설팅 업체 자의누리(www.cwpc.org),공병호 경영연구소(www.gong.co.kr)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독서 전문가들은 숙독이든 속독이든 간에 반드시 '메모의 습관'을 기르라고 권한다.


읽는 동안에는 마음 속에 깊이 와 닿지만 곧 잊어버리기 쉬운 까닭이다.


더욱이 독서 메모는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거나 글을 쓸 때,어떤 책을 언제 읽었는지 등 독서의 이력을 확인하고 싶을 때 매우 유용하다.


마지막 하나.


독서의 기술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영혼의 양식인 책을 소중히 여기는 '독서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오래 사귄 친구처럼 진정으로 속 깊은 정을 나누는 것이 책과의 대화에서 가장 큰 덕목이기 때문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