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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院산책] (6) 청암사 수도암 선원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주지 원증(圓證·41) 스님이 수도암에서만 15년을 보낸 수좌 출신이라는 점이다.

주지 소임을 맡은 동안에도 선방 정진에는 동참하지 않지만 매일 점심 공양 후 선방에서 수좌들과 차담을 나누며 호흡을 같이한다.

지대방(선원에 딸린 곁방)에서의 차담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까.

"별별 이야기 다 하지요.

아테네올림픽 이야기도 하고 날씨나 울력,전국 각지 선원의 풍문까지 두루 다 이야기합니다.

선문답이요? 그건 흔치 않습니다.

간화선은 화두를 머리로 생각해 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량(思量)으로 문답하는 것을 금하기 때문이지요.

진짜 깨달음을 얻으면 그때 큰스님을 찾아가 문답할 뿐 그 전에는 물을 것이 없어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은사로 모시는 원증 스님은 "성철·법전 스님을 다 시봉해 봤지만 말이 필요없더라"고 했다.

선은 화두로 논강하듯 답을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화두 참구(參究) 외에는 물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신라 헌강왕 3년(859년)에 도선 국사가 창건한 수도암은 해발 1천1백37m의 수도산 상부에 위치한 고찰이다.

해발 1천80m에 자리잡은 수도암은 고지대인데도 사시사철 물이 마르는 적이 없고 여름에도 모기가 없는 천혜의 수행터다.

도선 국사는 수도암을 창건한 뒤 "앞으로 무수한 수행자가 여기서 나올 것"이라며 너무나 기뻐서 7일 동안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한다.

실제로 수도암에선 많은 도인이 나왔다.

조계종 종정을 지낸 '오대산 도인' 한암 스님(1876∼1951)은 23세에 청암사 수도암에서 경허 스님을 만나 금강경 한 구절에 깨달음을 얻어 인가를 받았다.

경허 스님이 금강경 강설을 하면서 '무릇 모양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한 것이니 모양을 모양 아닌 것으로 보게 되면 바로 진리를 볼 것이다(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는 대목을 일러주자 홀연 안목이 확 열렸다는 것이다.

또한 송광사 전 방장 구산 스님(1901∼1983)은 이곳에서 일주일간 선 채로 용맹정진한 후 두번째 깨달음을 얻었다.

현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은 수도암에서 행자 생활을 했다고 한다.

보성 방장은 그래서 지금도 안거 때마다 두차례씩 반찬을 싸들고 수도암을 찾는다고 원증 스님은 전한다.

"수도암은 졸음이 적은 도량입니다.

참선 정진할 때 큰 장애 중 하나가 수마(睡魔·잠)인데 수도암에는 속인도 기도하러 오면 잠이 적어진다고 해요.

또 도량의 터가 원만해서 성질이 까다로운 사람도 수도암에 오면 원만하게 수행하다 갑니다.

그래서 큰스님들 중에 수도암을 거친 분이 많아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퇴락한 수도암을 지금의 모습으로 중창한 사람은 법전 종정이다.

법전 종정은 지난 69년 이곳에 와서 15년 가량 머물며 도량을 크게 중수(重修)하고 선원을 개설했다.

이번 하안거에 참여한 수좌는 22명.하루 10시간씩의 기본적인 정진 외에도 법당이나 선원 마당에서 개별 수행을 하는 수좌가 많다고 한다.

"수행하는 시간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옛 스님들은 일을 다 한 뒤 남는 시간에 공부했어요.

중요한 건 생활 속의 공부예요.

생활 속에서 여러가지 어려움과 장애를 겪어야 도심(道心)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貪瞋癡是道(탐진치시도),즉 탐진치가 곧 도라고 하지요.

탐진치에서 마음 한번 뒤집으면 도가 된다는 겁니다."

해제를 1주일 앞둔 선방은 참선을 쉬는 방선(放禪) 시간이면 분주하다.

다음 안거에 들 곳을 정해 미리 전화로 방부(입방 신청)를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 절반 정도가 떠나고 나머지는 수도암에 남는다.

"한철씩 안거가 끝날 때마다 스스로 수행이 진전되는 걸 느낍니다.

깨달음이 어느 한순간에 그냥 오는 것은 아닙니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듯 차츰차츰 쌓여서 마지막에 확 터지는 것이지요.

그러니 해제철에도 계율을 지키며 화두를 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철 공부가 원만하게 돼요."

원증 스님은 벌써 동안거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차담을 마치고 선원에 오르니 여전히 안개 속이다.

목책을 둘러친 선원 출입문에 '외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만 선명하다.

여름 비수기에 선방의 겨울 난방용 기름을 사두려다 느닷없는 유가 폭등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던 원증 스님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역시 승속(僧俗)은 불이(不二)다.

김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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