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는 2000년 이후 다양한 부문에서 창업동아리가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한의학 부문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의 창업열기가 뜨겁다. 한의대.약학대 학맥은 국내 한의학.한약학 부문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교수진과 졸업생들의 수준도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졸업생들의 진출은 병원이나 한약국,연구원 등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왔다. 그러나 최근 창업붐은 경희대를 변화시키고 있다.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잇따라 창업동아리와 벤처기업을 결성하고 사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경희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인터메드는 한의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올해 초 창업했다. 4학년인 강만희 대표를 비롯 7명이 한방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에서 초음파 진단기 개발팀에 있다가 지난 1998년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강 대표는 "한방진단 부문을 사업화하면 세계 일류상품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경락진단기,맥파진단기,생체자율반응측정기 등을 개발 중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듀이소프'와 '한방21'은 한약학과 학생들의 창업동아리다. 현재 제품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벤처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듀이소프는 창업동아리이면서 한방비누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격인 민경내씨를 비롯해 4명 전원이 한약학과 3학년 여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피부관련 상품이라 여학생끼리 공감대가 형성됐다. 초창기 20만원씩 갹출해 총 80만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개발 때는 지도교수의 기술자문을 받고 있다. 지금은 한약국과 한약박람회 등을 통해 제품을 팔아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 하반기 중 홈쇼핑을 통해서도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한방21은 한약을 응용한 쑥 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방21측은 "민속주와는 다르다"며 "한방 약재를 이용해 약효가 뛰어나고 해독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한약관련 창업붐에 힘입어 경희대 출신 한의사들 중에도 벤처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경희대 한의대 출신 한의학박사인 지창영 인사랑한의원 원장의 경우 제일기획 마케팅 전문가 출신의 이혁진 실장과 손잡고 벤처기업인 인사랑을 만들어 한약벤처사업에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주로 한약을 활용한 피부질환치료제 기능성식품 등을 개발해 내년 상반기 중 사업화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퓨리메드는 경희대 한의학과 교수와 졸업생들이 합작해 만든 벤처기업이다. 퓨리메드의 이응세 대표는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과 대통령 주치의 자문의를 맡고 있는 국내 간판급 한의사다. 지난 2000년 정부 프로젝트로 녹용의 유전자 지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벤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한약건강식품인 '뇌력'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풀무원에 '브레인 원'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 퓨리메드USA를 설립,수출도 추진 중이다. 이응세 대표는 "알약과 캡슐 등을 개발해 한의학을 대중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