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이 9백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을 무대작품화해 오는 27일,2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다. 고려 예종때(1116년)부터 전해 내려오는 문묘제례악은 공자를 비롯한 그의 제자들과 우리나라의 유학자 설총,최치원등 명현 16위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 제사할 때 연주하는 음악이다. 왕조의 이념인 유교를 체현한 선현들에 대한 추모와 다짐의 의식인 "문묘제례"는 기악과 성악,춤이 아우러진 종합예술적 성격을 띈다. 종묘제례와 더불어 현재까지 전해져 오는 문묘제례는 전통사회의 국가적인 행사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엄숙하지만 문묘제례악은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감정을 유지하며 애절하면서도 가슴에 상처가 나지 않고 즐거우면서도 환락에 빠지지 않는 중용(中庸)의 미학을 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문묘제례는 현재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는 이미 사라져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오늘날 전하는 문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세종때 박연이 중심이 돼 원나라의 임우가 쓴 "석전악보"를 참고로 여신악 황종궁 외 11곡과 송신악중 송신협종궁등을 합한 15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등을 거치면서 잘 쓰이지 않다가 영조때 다시 복구된 것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인 석전대제 보존회 제관들이 "영신례"(신을 맞이함)에서부터 "전폐"(폐백을 올림) "망료"(축문을 태움)까지 제례의 절차를 재연하고 국립국악원 정악단.무용단 90여명이 제례악과 일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공연전에 해설과 연출을 맡은 박재희 교수(성균관대 중국철학박사)가 도입부로 제례.제례악.일무등에 대해 영상과 더불어 상세한 해설을 함으로써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와준다. 그동안 소수의 유림들에 의해서만 유지.전승되어온 문묘제례는 대중화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어려운 한문으로 이뤄진 진행 시나리오와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폐쇄성은 행사를 더욱 난해한 의식으로 만들어 왔던 게 사실. 국악원 윤미용 원장은 "문묘제례악의 무대공연화로 한국문화의 세계화와 유교의 대중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02)580-33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