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팀과 운명의 한판 대결을 벌일 폴란드팀에 눈엣가시같은 한국 선수는 누구일까?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인 백전노장 황선홍도,탱크같은 돌파력이 주무기인 박지성도 아니다. 바로 악바리로 정평이 난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전남)이다. 예지 엥겔 감독은 지난 1일 대전 삼성화재연수원 운동장에서 열린 오후훈련을 끝낸뒤 경계대상 1호가 누구냐는 한국기자들의 질문에 대뜸 "김남일"이라고 대답했다. 엥겔 감독은 순간 "실언"이었음을 직감한 듯 홍명보 황선홍 설기현 안정환등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대다 마지막에 "히딩크가 가장 위협적이다"면서 말을 쓸쩍 돌렸으나 김남일을 제일 먼저 언급함으로써 속내를 들키고 말았다. 폴란드가 김남일을 껄끄럽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 중국과 잉글랜드전 등 한국의 최근 평가전을 현장에서 지켜 본 클레인딘스트 폴란드 코치가 "김남일이 한국 최고의 선수이며 가장 인상적인 선수"라고 거푸 말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가 김남일을 성가신 존재로 보는 이유는 김남일이 수비형 미드필드로서의 제반조건을 완벽히 갖춘 데 따른 것이다. 김남일은 "히딩크호"의 황태자로 부상하기 전까지 국내 축구전문가 등으로부터 패기만 앞선 채 반칙등 거친 플레이를 일삼는 선수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바로 이점이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요소. 공격의 시발점이자 수비의 1차 저지선인 수비형 미드필더는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강한 몸싸움을 통해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플레이메이커)를 압박,공격루트를 열어주지 않아야 한다. 김남일은 이런 능력은 물론 정교한 패싱력까지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김남일은 실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유상철등과 협력,슈퍼스타 지네딘 지단마저 꽁꽁 묶었으며 자로 잰듯한 패스로 박지성의 골도 도왔다. 폴란드의 골칫거리가 된 김남일이 자신의 위력을 유감없이 뽐낼 지 기대된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