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빈볼 시비에 따른 갈등이 계속 번지고 있다. 빈볼에 대한 신경전이 격화되고 중심타자들이 잇따라 공에 맞아 쓰러지면서 팀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투수들의 경쟁적인 몸쪽 공과 보복성 투구가 빈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삼성과 한화의 대구경기는 그동안 쌓인 앙금이 '보복성 빈볼' 시비로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1회초 삼성 선발 임창용이 한화 4번타자 장종훈의 허벅지를 맞히자 1회말 공격에서 한화 선발 한용덕이 삼성의 4번타자 이승엽을 맞아 초구부터 몸쪽을 겨냥했다. 1구를 이승엽의 등 뒤로 보내 경고를 받은 한용덕은 2구째에 등을 강타해 결국 퇴장명령을 받았다. 이승엽이 흥분하면서 양팀 선수들이 구장으로 뛰쳐나왔고 결국 경기가 9분 정도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퇴장은 올 들어 처음이지만 빈볼에 따른 논란은 계속 불거져왔다. 지난 5일 두산 심재학이 삼성 갈베스의 공에 맞아 부상을 입은 이후 같은 경기에서 두산 박명환의 몸쪽 볼에 삼성 진갑용이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같은날 수원구장에선 현대의 간판타자 심정수가 강민영(롯데)의 투구에 얼굴을 얻어맞아 광대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9일에는 브리또(SK)가 투구에 목을 강타당해 응급실로 실려갔고 14일 해태와 두산전에서는 전날 역전 결승홈런의 주인공 안경현(두산)이 가내영의 투구에 등을 맞고 나뒹굴어 팬들이 흥분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각 팀은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SK와 한화 등은 "삼성 갈베스가 의도적인 몸쪽 빈볼을 던진다"며 "삼성 타자들도 당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노골적으로 터뜨리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메이저리그식 보복이 국내에서도 관행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