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콩의 시절은 이제 잊은지 오래/혼자서 가고 싶었던 길도 놓은지 오래/해탈의 곰팡이 피어날 때까지/몸을 썩히는 일/…이름을 잃고 어디선가 매달려 살았을 비릿한/내 사랑,콩/우리들의 안 잊히는 이름,/의 생무덤''(메주 중)

불혹에 등단한 시인 박라연(50)씨가 네번째 시집 ''공중속의 내 정원''을 펴냈다.

지천명에 나온 새 시집은 실현불가능한 꿈들을 심고 가꾸는 공간으로 공중속의 정원을 상정한다.

시인은 말라죽은 나무를 베어내고 ''진달래 눈빛''을 옮겨심는다.

''공중의 허리에 걸린 夕陽/사각사각/알을 낳는다/…육백여분만 죽음의 알로 살아내면/부화될 수 있다고 믿을 생각이다/시누대처럼 야위어 가던 한 生의 그림자/그 알을 먹고 사는 나날을 꿈꾼다/없는 우물에/부화 직전의 太陽이 걸렸다!/심봤다!''(공중속의 내 정원-산란 중)

박씨는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처럼 사는 게 참혹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잃어버린 시간,이루지 못한 꿈.

박씨는 언젠가 그 모든 세월을 보상받으리라 믿는다.

''세상의 모든 오르막과 내리막은 정확히 비기기'' 때문이다.

''오를 수 없는 山이어서/온갖 마음들의 육체가 되기도 하는 山/사람의 무게만 희고 파래져서 돌아갈 뿐/山의 무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질량보존의 법칙-봄산)

1951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박씨는 등단 이후 시집 ''서울로 가는 평강공주''''생밤까주는 사람''''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등을 상재했다.

산기를 느낄 때 시를 쓴다는 박씨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는 제목의 베스트셀러도 있지만 나는 사랑의 증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