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폴락 감독의 영화는 특수효과와 특이한 소재로 볼거리에 치중하는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와는 뚜렷이 구분된다.

그는 주로 서정적인 소설을 원작삼은 문예영화를 연출한다.

소설이 원작이 아니더라도 드라마와 인물의 캐릭터에 비중을 두고 영화를
찍는다.

대표적인 작품은 "투시" "아웃 오브 아프리카"등이 꼽힌다.

11일 개봉되는 "랜덤 하트"( Random Hearts ) 역시 소설을 기본으로 한
문예영화다.

사고로 죽은 아내가 자신 몰래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해온 사실을 안 한
남자가 아내의 진실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경찰 내부수사팀의 수사관인 더치(해리슨 포드)와 여자 하원의원 케이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각자의 아내와 남편이 함께 탄 비행기 추락사고로
몰랐던 사실을 안다.

더치의 아내와 케이의 남편이 그동안 내연의 관계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내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더치는 케이를 만나 어떻게 된 일인지를
캐기 시작한다.

그러나 케이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 속에서도 임박한 선거와 어린 딸을 위해
진실을 덮어두려 한다.

더치는 집요하게 케이의 뒤를 쫓으며 협조를 구한다.

더치와 케이는 결국 모든 진실을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영화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서로의 아내와 남편의 불륜을 초반에 드러내 놓은데다 추적과정에도
특징적인 사건이 없어 지루하게 되어 버렸다.

부패경찰의 살해위협속에 내부비리를 파헤치는 더치의 활약상을 끼워넣었지
만 힘이 한참 부족했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