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피 빠는 노을
눈보라 치는 정거장이야
당신을 삶는 상처의 휘발유
내 혀의 타올로 닦아 줄께
나도 함께 흐느낄게
신현림(1961~)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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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눈과 얼굴을 슬픔의 피를 빠는 노을과 눈보라 치는 정거장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내 혀의 타올(타올 같은 내 혀)을 가지고 당신을 삶는 상처의
휘발유를 닦아내겠다고 말한다.
참으로 격렬한 사랑이요, 건강한 에로티시즘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비유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가령 빨아들인다는 공통의 이미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혀를 타올로 비유한
예는 세계 시사에 유례가 없을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