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데 자나르디 <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패션코디네이터 >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여성들의 옷차림에서는 계속 새로운 패션 아이디어가
눈에 띄고 있다.

그에 반해 남성복은 늘 변화가 없는듯 비즈니스 맨들의 일상복 같은 느낌
만이 일반적 인식인 것 같다.

그러나 그저 단순하게만 보이는 양복안에 숨어 있는 온갖 디자인의 묘미와
옷의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 옷맵시를 알게 된다면 아마 놀라게 될 것이다.

첫째 동양인이면 누구나 큰 관심을 갖고 있을 다리가 길어보이게 바지 입는
법이다.

단지 바지를 길게 입는다고 다리가 길어 보이지는 않는다.

보통 남성의 경우 바지 길이를 구두 굽까지 내려오게 하는 경우가 많으나
가장 이상적인 길이는 구두 뒤축의 절반까지가 바람직하고 바지통 역시 약간
좁은 편이 좋다.

또한 바지단에 경사를 주어 재단한 것은 전체적으로 바지단 주변에 불필요한
주름 없이 깔끔한 바지선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구두 안쪽에 굽을 높여 디자인한
키가 커지는 구두는 어떨까 한다.

꼭 여성만 하이 힐을 신는 것은 아니니까.

둘째 재킷과 소매 길이도 중요하다.

몸을 되도록 드러내지 않으려는 전통 때문에 동양인들은 옷을 조금 크고
길게 입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재킷 길이는 손목 뼈에 올 정도로, 셔츠 소매 길이는 재킷 소매보다
1cm 더 내려올 정도가 가장 보기 좋다.

재킷의 전체 길이는 주먹을 쥐었을 때 주먹 끝선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며
간혹 팔 길이가 남보다 긴 편이라면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해서 길이를 정해야
하겠다.

셋째 넥타이를 어깨 너머에 걸치고 혹은 셔츠 주머니 속에 넣은 상태에서
식사하는 남성들을 간혹 보게 된다.

이는 넥타이를 너무 길게 매는 한국 남성들 특유의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결혼전 상대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우아한 레스토랑에서라면 잊지
않았던 타이 핀을 생각한다면 결혼과 함께 무너지는 남성들의 옷 매무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넥타이 길이는 벨트 버클이 보일 수 있도록 벨트선이 시작되는 곳까지 내려
오는 것이 좋다.

활동하기에도 편하고 애써 고른 벨트 버클이 가려질 염려도 없으니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한가지의 똑같은 아이템이나 누구나 비슷해 보이는 보편성에 매달리지 않고
기본적인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그 속에 숨은 나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유행을 리드하는 감각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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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66년 이탈리아 밀라노 출생, 인스티튜트 오브 라우노(IOL) 졸업
(심리학전공), 93년 에르메네질도 제냐 입사, 현재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머천다이징 매니저겸 패션코디네이터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