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통의 섹스도 아니다.
"xx를 빨아줘, 나 어제 xx섹스했다, x구멍이 아프겠다..."
적나라한 대사가 술술 나오는 동시에 엉덩이에 작열하는 몽둥이 찜질.
남의 나라 얘기인 줄만 알았던 항문섹스와 SM(Sadomasochism) 즉 가학피학성
변태성욕이 주요소재로 등장한다는 영화 ''거짓말''이 또 등급보류 판정을 받아
문화.영화계가 시끄러운 모양이다.
등장인물의 성기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1차 등급보류 판정을 받고
영화사가 자체적으로 5분 정도 가위질을 했지만 또 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단다.
외국 유수의 영화제에서는 호평도 받았다는데 정말 어느 정도의 SM을
다루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그런 연타를 먹은 것은 SM을 표현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SM은 다름 아닌 변태성욕의 대표주자.
그렇다면 변태란 과연 무엇일까.
변태의 의학적 정의는 성행위 때 비정상적인 상상, 대상, 행위 또는 방법
으로서만 만족이 가능한 경우.
이때 "~로서만" 이라는 제한적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극히 정상인이라도 비정상적인 상상을 하거나 얼핏 변태적인 행위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위에서 내린 변태의 정의중 ''~로서만''이 갖는 한정적인 의미가
실제로 변태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시 말해 성적 만족을 얻는데 비정상적인 행위가 선택이냐 필수냐를 판단해
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이며 항상 또는 대부분 비정상적인 행위
로서만 만족을 얻는 사람이 변태인 것이다.
모든 변태는 정신질환의 범주안에 든다.
변태의 정의 가운데 눈여겨 볼 부분은 또 있다.
바로 ''비정상적''이라는 용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예전에 비정상이었던 행위가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
이다.
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럴섹스를 변태로 인식했다.
지금은?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성을 계발하는데 있어 대표적인 하나의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오럴 섹스만큼은 아니지만 항문섹스 역시 젊은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차츰 시도되고 있다.
항문이 성기에 못지 않은 성감대인 만큼 그곳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 꼭
지탄받아야할 윤리적 금기사항은 아니다.
적어도 정상적인 성행위의 보조수단으로서 항문을 자극하는 것 정도는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편적인 정서와 도덕률을 단번에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섹스 또한 그것을 재는 잣대가 달라지고 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의 사회성처럼 섹스의 사회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