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김난주 역, 민음사)이 번역판으로 나왔다.
데뷔작 "키친"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이 여성작가는 "하루키 현상"에
버금가는 "바나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유명한 사상가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딸이다.
그의 장점은 단순명쾌한 어법과 은근미에 있다.
직설적이면서도 수줍어하는 듯한 말투, 간결한 스토리의 함축, 복잡미묘한
감정을 명징하게 추스려내는 방식이 바나나 소설의 매력이다.
영화.유행가.만화 등 대중적 소재를 활용하고 현대인의 일상적인 감성을
섬세하게 짚어내 인기를 더하고 있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은 색다른 사랑 이야기다.
어린 연인들의 기이한 만남과 이별을 다루면서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감각적인 문체를 마음껏 보여준다.
주인공 마오는 "자비의 마을"이라는 종교단체 교주의 손녀다.
자유분방한 엄마 곁에서 다소 뒤틀린 성장기를 보낸 그녀는 할머니의
임종자리에서 "너는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 될 거다"라는 예언을 듣는다.
그 뒤 운명처럼 하치를 만난다.
하치는 잿빛 세계에 갇혀 있는 그녀를 새로운 색감으로 채색한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인도에서 성장한 하치는 친구들과 함께 산 속에다
수행시설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수행시설을 완성하기 전에 자신이 태어난 일본에 왔다가 마오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들은 낡은 연립주택 2층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달콤한 세상"을 경험
한다.
하치는 과거에 얻은 지식과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아픔을 도려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마오는 하치의 격려로 그림을 그리게 되고 행복의 뜨락을 넓혀간다.
제대로 친구를 사귀지 못했던 마오는 하치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죽어 있던
자신의 세계에 눈뜬다.
그러다 예정된 이별이 찾아오고 하치는 인도로 돌아가 수행자의 길을 걷게 ''
된다.
연인을 잃어버렸지만 마오는 불행했던 과거처럼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는다.
오히려 "한결 더 좋은 많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며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