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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임준수 스크린 에세이) '이재수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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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수-.

    그는 제주 관아에서 심부름을 하던 왕조시대의 관노였다.

    구한말 왕권의 비호를 받는 가톨릭세력에 불만을 품고 민란을 일으켰다가
    관군에 잡혀 효수당한 기록이 전해 내려오지만 웬만한 역사교과서엔 이름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관폐에 항거한 민병장의 반열에 오르기엔 투쟁의 명분이나 규모가 사가들의
    주목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역사적으로 봐도 이재수는 홍경래와 동급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홍경래보다 이재수를 더 많이 안다.

    박광수 감독이 목 잘린 이재수를 1세기만에 되살린 것이다.

    작가 현기영이 이재수의 난을 소재로 "변방에 우짓는 새"라는 소설을
    발표했을 때(83년)만 해도 그런 인물이 있었겠거니 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젠 극장가의 간판은 물론 인터넷 영화사이트에까지 이재수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반 봉건.반 외세에 앞장선 민중투사"로 받아들여 길이
    추앙해야 할 인물로 인식하게 됐다.

    이재수야말로 영상시대와 사이버시대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역사적 인물이
    된 셈이다.

    짓눌려 사는 천민이 막강한 지배세력에 무력항쟁을 하는 것 만큼 좋은 영화
    소재는 없다.

    그 지도자가 노예급이고 투사급이라면 더욱 좋다.

    그래서 많은 관객을 부른 영화가 노예반란을 그린 "스팔타커스"다.

    무쇠 같은 커크 더글러스가 이끄는 노예군단이 세계최강의 로마군단을
    쳐부수는 스펙터클은 관객의 통쾌함을 일으키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재수의 난"도 그런 관객심리를 겨냥했는지 대형 전투장면을 보여주지만
    막대한 제작비(32억원)를 감안해선 너무 초라하다.

    애초부터 "스팔타커스"급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제주성을 공략하는 모습은
    총소리만 요란했지 별로 볼거리가 없다.

    그래도 박 감독의 작가정신은 알아줄만 하다.

    폭력과 섹스로 한몫 보려는 영화계 풍토를 냉소하듯 어떻게든 시대정신을
    스크린에 담아보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전태일"등 전작에서 보여준 핍박받는 민중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그것은 폭력극.멜로물.코미디로 몰리는 관객들을 "저 높은 곳"으로
    이끌어가려는 고독한 투쟁처럼 보인다.

    감독으로서의 그런 작가정신은 이 영화가 갖는 몇가지 취약점-대사전달과
    스토리연결성의 미흡함을 보상해준다.

    박 감독이 밝혔듯이 "죽음의 광기"가 감도는 민란촌의 울부짖음이 처절하다.

    우리의 사극엔 왜 그렇게 한의 울음소리가 많이 들리는지...

    느낌만으로 전달이 가능한 그런 소음은 이젠 멈출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비애를 머금은 억새풀 등 처연한 제주풍광이 그런대로 이재수가 겪었던
    슬픈 과거사를 느끼게 하지만.

    민중봉기의 스크린에서 항거의 열기가 좌절의 비애를 압도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목숨건 항쟁을 꼭 이렇듯 구슬프게만 그릴 필요가 있을까.

    < jsrim@ (편집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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