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열 < 한국신용정보(주) 사장 >

골퍼들이 라운딩할때 소지하고 나가는 물건들도 유행이 있나 보다.

골프공과 티, 모자와 장갑은 기본이지만 여기에 곁들여 허리춤에 티박스,
볼박스를 차고 나오는 사람도 있고 만보계, 골프시계까지 주렁주렁 혁대에
차고 나오는 골퍼도 있다.

요새는 홀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수 있는 망원경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특히 최근에는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필드에서도 수시로 통화를 하는
골퍼들이 늘어났다.

골프장에서 어떤 물건을 소지하고 사용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만은 일반 공공장소에서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요즘 골프장에서는 별로 급하지 않은것 같은 업무나 개인적인 용무를
가지고 큰소리로 통화하면서 동반자들은 물론이고 앞뒷팀 사람들의 플레이
까지 무너뜨리는 매너없는 사람들을 자주 볼수 있다.

보통 골프를 할때에는 복잡한 속세의 일을 잠시 잊고 아름다운 자연속에
파묻혀서 플레이에 몰입된다.

이럴 때에 갑자기 정적을 깨면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고 이어서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여기가 골프장인지 사무실인지 구분이 안가서 마음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특히 어드레스하고 있는 골퍼들은 컨트롤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이는 부부가 모처럼 집에서 한참 운우의 정을 나누고 있는데 주책없이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경우에는 할수 없이 어드레스를 다시 해야 한다.

헤드업을 한 후에 김이 빠져버려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는 골퍼라면 사전에
아예 전화코드를 뽑아놓는 것도 좋다.

하여튼 밤늦은 시간에 급한 용건도 아니면서 남의 집에 전화하는 것은
큰 결레로 아주 삼가야 하는것과 같이 골프장에서도 핸드폰을 끄거나
불가피한 경우에는 착신신호를 진동으로 바꾸어 놓는 매너가 필요하다.

이동전화 회사들이 자기네의 핸드폰을 어떠한 두메산골에서도 통화가
가능하다고 앞다투어 광고하고 있다.

이러한 첨단 통신기기는 우리 생활을 무척 편리하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가끔은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그 광고들이 이를 자꾸 빼앗아 가버리겠다고 도전하는것 같아서 겁난다.

특히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골프장에서조차 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