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이 "빈차"표시를 해놓고도 승객들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달려가는
택시들, 아무렇지 않게 지그재그 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들, 승객을 짐짝
취급하는 버스, 길거리에 무심코 침을 뱉는 행인.

25일 방송된 KBS1TV 일요스페셜 "나밖에 모르는 한국인"은 어느새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우리의 이기적인 모습을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
고발한 프로그램이다.

카메라는 26년동안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사업가 이케하라 마모루
(63)씨를 따라가며 공공질서를 무시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공격적인 운전습관, 식당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모습, 밥공기에 담배꽁초를
비벼 끄는 행위 등 낯 뜨거운 장면들이 연이어 화면을 채웠다.

자기 자식에 대한 특별대우를 바라며 교사에게 건네는 촌지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 행태도 배타적 이기주의의 표출이라고 이 프로그램은
지적했다.

지하철에서 옆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신문을 접어서 읽는
일본인들과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도 원활한 교통 소통이 이뤄지는 프랑스
등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결국 문제는 교육으로 귀결됐다.

지식만을 전달하는 비뚤어진 학교 교육과 부모들부터 솔선수범하지 않는
잘못된 가정 교육, 두가지 모두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이 프로그램은
강조했다.

"나 밖에..."는 공영방송인 KBS가 국민들의 의식개혁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만한 프로그램이었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PC통신을 통해 일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지적이
지나치게 많은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한국인 특유의 기질을 외국인의 사고방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화
사대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