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사 리차드 도너 감독이 87년 "리쎌웨폰"을 처음 만들 때 이 영화의
구조는 단순했다.

아내를 잃은 후 인생을 막무가내로 사는 형사(릭스)와 단란한 가정을 가진
다정다감한 경찰(머터프)을 파트너로 엮은 폴리스스토리.

"매드맥스"에서 사이코 경찰로 등장했던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가
캐스팅됐고 영화는 대성공을 거뒀다.

황당하지만 친근감가는 두사람의 캐릭터와 단순 호쾌한 액션 등이 성공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올해 4편이 나오기까지 영화는 인물과 스토리를 조금씩 바꿔가며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일관된 흐름을 이어왔다.

2편에서는 조 페시가 떠벌이 건달 리오로, 3편에서는 르네 루소가
용감무쌍한 미녀형사 로나로 등장했다.

원작 이후 11년만에 만들어진 4편은 최종판이다.

멜 깁슨은 이 영화를 끝으로 리쎌웨폰 시리즈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천방지축으로 날뛰기에는 영화속의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4편에서 두형사는 주로 가족과 세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범인을 쫓는 패기는 여전하지만 주먹은 녹슬었다.

그래도 두사람은 여전히 떠벌이며 범인과 동료들을 골탕먹인다.

변한 것도 있다.

우선 시끄러워졌다.

릭스와 머터프는 물론 리오와 로나까지 쉴새없이 떠들며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액션은 더욱 잔혹해지고 전편에서 어슴프레 남아있던 선과 악의 개념은
희미해졌다.

다음은 이연걸의 깜짝 출연.

홍콩영화에선 정의의 대명사이던 그이지만 대사도 별로 없는 잔혹한 킬러로
나온다.

아시아에서는 스타이지만 헐리우드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만큼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위조지폐를 이용해 범죄조직을 미국내에 재건하는게 그의 역할이다.

최종편은 그래서 웃고 떠드는 표면적인 재미는 더해졌지만 리쎌웨폰 특유의
인간적인 매력은 약해졌다는 느낌을 준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