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나타나는 사람뿐 아니라 꽃병이나 꽃 유리잔처럼 당연히 정지해
있어야 할 대상들도 움직이는것 같은 느낌을 준다.
빨강 파랑 등 강렬한 색깔들로 칠해진 바탕화면과 그 화면위에 그려진
율동적 곡선이 현란하게 뒤섞이며 엮어내는 이같은 움직임은 그의 작품에
생기를 주는 요인이 된다.
작가는 정지해 있는 사물을 있는대로 그리는 데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움직임을 통해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의인화하는 데서 그의 작품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상(730-0030)에서
갖는 개인전 출품작에 나타난 가장 큰 특징도 역시 움직임이다.
전시되는 작품은 "현상적 사의공간-바람속에서"라는 주제로 그린 근작
40여점.
"바람꽃" "심상의 나" "환생" "영혼의 소리" 등의 제목이 붙은 이들
작품은 섬세하게 묘사된 여인이나 새, 꽃병같은 대상들이 율동적 화면속에
리듬감있게 드러나 있다.
이들 작품은 장지위에 아교와 호분을 서너차례씩 반복해서 칠하고 그 위에
분채와 석채로 형태를 그려나가는 힘든 작업을 거쳐 완성된 것들이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